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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모범적-한국적 골잡이 '타갓', 이런 용병 있었던가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7-29 06:10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26일, 팀 K리그와 유벤투스간 친선경기 후반 4분 타가트(26·수원 삼성)는 상대 페널티 박스 안 가운데 부근에서 수비수를 등진 채 후방의 믹스(28·울산 현대)에게 패스를 내줬다. 믹스의 슛이 수비벽에 맞고 타가트에게로 곧장 날아왔다. 타가트는 허벅지로 공을 트래핑한 다음 골문 우측 하단을 노리고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 시원스레 골망을 흔들었다.

이 장면에 타가트의 장점이 모두 담겼다. 홍 철(28·수원)이 왼쪽에서 크로스를 시도하기 전 문전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며 유벤투스 수비진보다 먼저 공을 잡았다. 그다음 간결한 터치로 믹스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줬고, 곧바로 몸을 골문 방향으로 돌려 다음 상황을 준비했다. 하나하나 몸에 밴 동작들이다.

타가트는 이러한 다양한 재능을 올스타전과 같은 친선경기가 아니라 K리그1 공식 무대에서도 그대로 발휘한다. '한국형 스트라이커'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타적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다양한 각도, 다양한 상황에서 슈팅(55개, 전체 3위)을 시도하며 득점을 노린다.

이 과정에서 12골(19경기)이 만들어졌다.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22라운드 현재 득점 단독선두다. 이달 초 중국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김신욱(31·전 전북 현대)과 장기 부상 중인 알렉산다르 페시치(27·FC서울), 주니오(32·울산, 이상 9골)와 3골차다. 6월 A매치 데이 이후 7골, 최근 4경기 연속골을 몰아칠 정도로 득점 페이스도 가장 좋다.

김신욱, 페시치, 주니오 모두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최전방 공격수다. 국내팀들은 에드가(대구) 제리치(경남) 무고사(인천)와 같이 상대 수비수와 부딪혀 싸우는 공격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타가트는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하다. 프로축구연맹과 수원 프로필에 신장 1m83로 소개됐다. 하지만 축구 주요사이트에선 신장이 1m73~1m77로 소개된다. 실제로 봐도 1m80은 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타가트는 '축구는 키로 하는 게 아니'라는 듯 오른발(7골) 왼발(2골)뿐 아니라 헤더로 3골을 넣었다.

수원 팬들은 타가트를 '갓(GOD·신)'에 빗대 '타갓트' 또는 '타갓'이라고 부른다. 반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과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을 보면 그런 칭호가 아깝지 않다. 타가트는 '자기관리의 신'이기도 하다. 10대 중반 유스팀 코치로부터 필라테스를 익힌 뒤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필라테스를 한다. 수원 집에는 필라테스와 다른 개인운동을 할 수 있는 방을 따로 마련했다. 피로회복을 위해 고가의 재활 기구도 직접 구매했다고 한다.

수원 관계자는 "팀 훈련을 마치고 집에서 개인운동을 또 한다. 축구밖에 모른다. 음주가무도 즐기지 않는다. 경기에서 승리한 날 업된 기분을 가라앉히고 잠을 잘 자기 위해 맥주 반 캔 정도 마신다고 한다. 자기관리가 대단한 선수"라고 귀띔했다.


아담 타가트 인스타그램

아담 타가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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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남 탓'을 하지 않는 성격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외국인 선수, 특히 골을 넣어야 하는 골잡이들은 이기심이 강하다. 주변인들은 타가트가 조금은 다르다고 말한다. 패스를 주지 않았을 때 불만을 토로하기보단 상황에 맞춰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동료가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타가트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수원 직원, 선수들이 공통으로 꺼내는 단어가 '인성'이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선수들은 타가트가 굉장히 '젠틀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매일 한결같고, 겸손하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선수들도 좋아한다. 긍정 마인드를 가진 선수가 잘해주고 있으니 팀 전체적으로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했다. "타가트는 스무 살에 호주 리그에서 득점왕을 했다. 한국의 이승우 이강인처럼 엄청나게 주목을 받던 선수였다. 하지만 유럽 진출후 부상 등의 이유로 좌절을 겪고 돌아왔다. 브리즈번 시절 한 경기 2~3골을 넣어도 팀이 이기지 못하는 걸 보면서 팀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빈말이 아니라 팀에 공헌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호주 리그에서 주로 투톱으로 활용된 타가트는 수원에서 원톱으로 뛴다. 어린 시절부터 '원터치 이후 슛을 하라'는 교육을 받고 성장한 타가트는 수원 입단 이후 '공을 지킨 뒤 연계 플레이를 하라'는 이임생 수원 감독의 주문을 받았다. 적응이 어려울 수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새 임무에 녹아들었다. 리그 12골 중 10골을 후반에 만들었다. 팀내 선제득점도 5골로 가장 많다. 위기에 빠진 수원을 구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팀 득점(30골)의 40%를 책임진 '득점선두' 타가트가 없었다면 6위라는 순위는 불가능했다.

최근 수원의 한 김밥 가게에서 막 퇴근한 20대 직장인처럼 돌솥비빔밥을 혼자 비벼 먹는 모습이 목격된 타가트, 수원 코치진, 직원, 선수, 팬들에겐 뭘 해도 그저 예쁜 '복덩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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