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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 "정 쌤과 얘기를 한 뒤에…", "쌤께서…."
한국 축구에 새 역사를 쓴 리틀 태극전사. 그들이 '수장' 정정용 감독을 부르는 호칭은 '쌤'(선생님의 줄임말)이었다. 선수들은 공식 석상에서도 정 감독을 '정 쌤'이라고 불렀다. 입에 착 달라붙은 말이라 뗄 방법이 없었다. 그랬다. 리틀 태극전사에게 정 감독은 그야말로 '쌤'이었다.
정 쌤의 등장.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이 처음 팀을 꾸린 것은 2년 전, 선수단 대부분이 학생이던 시절이다.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사령탑이 아닌 선생님으로 다가갔다. 전술을 지시하기보다는 축구를 지도하는 방식이었다. 오랜 시간 유소년 육성가로서 터득한 철학이었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심리, 행동양식을 두루 고려한 것이었다.
선수들은 자신들을 이해해주는 정 쌤을 믿고 따랐다. 선수들이 U-20 월드컵 때 "감독님을 위해 뛰자"고 말한 것은 단적인 예다. '막내 에이스' 이강인(18·발렌시아) 역시 정 감독을 향해 "감독님은 우리를 위해 정말 많은 배려를 해주신다. 나뿐만 아니라 형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감독님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실 정 감독의 '쌤 리더십'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 감독은 10년 넘게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했다. 정 감독의 손을 거친 선수가 수두룩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정 감독의 '쌤 리더십'을 잊지 못한다. 이승우(21·베로나)는 "정 감독님과 선수들이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신뢰와 조직력을 쌓은 것 같다. 감독님께서 팀을 어떻게 이끄시는지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감독도 선수들을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 감독은 모든 여정을 마친 뒤 "선수들이 발전한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가 기량을 펼쳐 보일 것이다.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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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있다. 친밀한 정 쌤과 달리 정 감독은 치밀한 지략가다. 그를 두고 '제갈용'(제갈량과 정정용의 합성어)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 감독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한 뒤 전체적인 포메이션을 바꿨다. 이강인을 전진배치하며 공격의 폭을 넓혔다. 일본과의 16강전에서는 순간적으로 포백을 활용해 극찬을 받기도 했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를 위해 2년 이상 공을 들였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을 마친 뒤에는 6개월 이상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정 감독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50명의 몸상태를 일주일 단위로 체크했다. 선수 개개인에게 맞춰 체력 훈련 방법을 전달하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나눠준 '전술 노트'는 또 다른 비책이다. 정 감독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을 마친 뒤 선수단에 '전술 노트'를 전달했다. 상대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우리 팀의 포메이션, 세트피스, 측면에서의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치밀하고 친밀했던 '정 쌤'과 아이들은 한국 축구에 새 역사를 작성했다. 이제는 또 다른 꿈을 꿀 시간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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