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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공격수가 아니다. 그의 시간이 무르익기까지 기다림이 조금 길었을 뿐이다.
성남 풍생중고-연세대 시절 '성남유스' 황의조는 동급 최강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경기도 대회 멀리뛰기 3위에 입상하는 등 운동신경을 타고났다. 취미삼아 시작한 방과후 활동에서 축구재능을 발견했고, 성남 유스에서 프로의 꿈을 키웠다. 풍생고 1학년 때 '덕장' 유성우 감독을 만나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고, 고3 때 '레전드' 고정운 감독을 만나면서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풍생고 시절 센터포워드로 섰고, 연세대에선 섀도스트라이커, 중앙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했다. 2012년 U-리그 16경기에서 13골을 넣었고, 춘계대학연맹전에선 9경기에서 9골을 밀어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프로 첫해 '호랑이' 안익수 감독 아래서 피나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웠고, 3년차부터 '황의조 사용법'을 꿰뚫은 '지장' 김학범 감독 아래서 15골을 몰아치며 K리그 득점왕,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거론됐다.
'성남의 아들'이라고들 했다. '초호화군단' 성남 일화가 시민구단 성남FC가 되고, 성남FC가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던 지난 5시즌, 황의조는 줄곧 성남을 지켰었다. 성남을 사랑하고, 성남이 사랑한 선수지만 축구 인생은 고비 때마다 풀릴듯 풀리지 않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종호 이재성 등 동기들이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걸 때 황의조는 그곳에 없었다. 넣어야 사는 최전방 공격수의 숙명, 빗나간 욕심이 골대를 강타하고, 불보듯 뻔한 1대1 찬스를 날리는 날이면 '난사왕' '황의족'… 팬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쇄도했다.
지난해 여름, 감바 오사카 유니폼을 입은 후 심기일전했다. J리그의 섬세한 스타일에 폭풍 적응했다. 폭넓은 활동량에 유연성과 저돌성이 더해졌다. 자카르타아시안게임 7경기에서 9골을 몰아치며 자신감이 붙었고, J리그에서 6경기 연속골을 몰아치며 득점 3위에 올랐다. 지난 3개월간 25경기에서무려 24골을 기록했다. 1월 아시안컵을 앞둔 A대표팀에서도 10월 우루과이전, 11월 호주전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사이다'골을 터뜨리며 '벤투호의 대세'로 등극했다. "지금 폼이라면 1년에 80골, 90골도 넣을 수 있는 페이스"라는 이영표 MBC해설위원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뛰어난 위치 선정과 완급 조절, 위풍당당한 중거리포, 세컨드볼을 낚아채는 템포, 반박자 빠른 슈팅, 무엇이든 마음 먹은 대로 되는 지금은 '황의조 타임'이다.
황의조를 앞세운 한국 A대표팀은 20일 오후 7시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 센터(QSAC)에서 우즈베키스탄과 11월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