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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패' 경주한수원, '서보원 시대' 활짝 열렸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11-18 09:10




서보원 경주한수원 감독은 '2인자'였다.

1990년 팀의 전신인 한국전력에서 선수로 뛰었던 서 감독은 2001년 은퇴를 선언했다. 곧장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다. 그의 옆에는 항상 어용국 총감독이 있었다. 서 감독이 코치가 된 2002년, 어 감독은 수석코치였다. 서 감독이 2011년 수석코치로 한단계 승격하자, 어 감독은 감독이 됐다. 둘은 선수와 선수, 선수와 지도자, 지도자와 지도자로 무려 29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묵묵히 어 감독을 보좌하던 서 감독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8월 어 감독이 서 감독을 불렀다. "언젠가 너에게 줄 자리였는데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시즌 중 갑작스런 제안, 하지만 어 감독의 깊은 뜻이 있었다. 당시 경주한수원은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우승에 이어 2018년 내셔널선수권 준우승까지, 팀이 완전히 궤도에 올라선 모습이었다. 어 감독은 "잘할때 물려주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인자로 16년을 보낸 서 감독은 마침내 1인자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서보원 시대'를 활짝 열었다.

경주한수원은 17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김해시청과의 2018년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이관용과 장준영의 연속골로 2대0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2대1 승리를 거둔 경주한수원은 합계 4대1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경주한수원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 이어 2연패에 성공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서 감독은 "우승은 항상 즐겁고 기쁘다. 지난 해 우승으로 올 시즌 다소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웃었다.

감독으로 거둔 우승, 더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의외로 덤덤했다. 그는 "물론 감독이란 타이틀을 달고 우승하는게 조금은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올해 벌써 29년째다. 선수로, 코치로, 수석코치로, 감독으로 지냈다. 한수원을 너무 사랑한다. 한수원이 우승해서 기쁜거지, 내가 감독으로 우승했다고 경중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지도자로 산전수전 겪은 서 감독이지만 역시 감독 자리는 달랐다. 그는 "마지막은 결국 감독 아닌가. 코치는 선수들을 가르치고, 스카우트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면 됐는데, 감독은 코칭스태프부터 어린 선수들의 기분까지 챙겨야 했다"며 "작년에 우승을 했는데 내가 감독이 되고 우승을 하지 못하면 안좋은 말이 나올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서 감독은 초보티를 내지 않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의외로 김해시청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서 감독은 "김해시청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더 긴장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 김해시청이 워낙 좋은 팀인데다, 윤성효 감독은 경험이 풍부하지 않나. 이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자만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물론 어 감독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서 감독은 "출근하면 어 감독님과 나란히 책상을 앉는다. 사는 얘기도 하고, 축구 얘기도 한다. 어려울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형님이다. 감독을 그만두는 날까지 옆에 있어야 하는 분"이라고 했다. 어 감독도 "잘해줄거라는 믿음은 항상 있었다. 기대대로 서 감독이 마지막까지 잘해냈다"며 대견해했다.


서 감독은 다음 시즌 진정한 홀로서기에 도전한다. 총감독으로 자신의 도와줬던 어 감독은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다. 서 감독은 의지를 다졌다. 자신의 평생을 바친 팀에 '왕조' 타이틀을 안기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작년에 우승하고 상대가 견제하는게 눈에 보이더라. 2연패를 했으니까 더 심해질 것이다.준비를 소홀히하면 분명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2019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처음부타 잘 준비하겠다."

서 감독을 향한 어 감독의 믿음은 더욱 진해졌다. "더도 말고 지금처럼만 하면 괜찮을거다. 올 시즌 2관왕(리그, 전국체전)을 했으니까 다음 시즌 트레블(리그, 내셔널선수권, 전국체전) 욕심도 부렸으면 좋겠다. 잘할거라 믿는다." 그말을 들은 서 감독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즐기면서 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겠어요?" 서 감독은 그렇게 자신의 시대를 열고 있었다.


경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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