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번의 찬스면 충분했다. 단 한번의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황의조에게 이번 호주 원정은 대단히 중요했다 황의조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9골을 폭발시키며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그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루과이전에서 골맛을 보기도 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던 파괴력 있는 모습을 대표팀에서는 재연하지 못했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선수를 상대로는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의 목소리도 있었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아시안컵 주전을 위해서는 이번 호주 원정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했다. '주포'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함부르크) 마저 빠진만큼 득점도 책임져야 했다.
소속팀에서 6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던 황의조는 확실히 득점에 눈을 뜬 모습이었다. 이날 골장면을 보자. 골잡이가 보여줘야 할 모든 움직임을 보여줬다. 김민재가 뒤에서 롱패스를 찔러주자 상대 수비보다 앞선 반응으로 뒷공간을 파고 들었다. 황의조의 장점인 볼받기 전 상황인식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황의조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공간을 선점했다. 그 다음 동작이 백미였다. 트래핑 후 한 템포를 죽였다. 상대 수비수의 위치를 확인하고, 슈팅을 위한 스텝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 동작 하나로 황의조는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완벽한 위치, 각, 동작을 만들어냈고, 깔끔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유럽과 남미의 특급 골잡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멋진 마무리였다.
황의조는 이후 상대 수비수에 종아리가 채이기 전까지 원톱 역할을 확실히 수행했다. 호주의 압박에 2선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볼이 오면 어김없이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럽에 가까운 신장과 체격조건을 갖춘 호주 수비진에 맞서 재치 있는 트래핑과 탁월한 키핑력을 보여줬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도 일품이었다.
황의조의 등장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가슴 뛰는 스트라이커를 갖게 됐다. 사실 호주전 초반 한국은 상대의 맹공에 고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바꾼 것은 황의조의 한방이었다. 이처럼 한국축구가 아시아를 호령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회택-차범근-황선홍-박주영 등 어느 상황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는 특급 골잡이의 존재였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59년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미친 킬러' 황의조가 있기에, 그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