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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험난했던 '수원징크스' 탈출기 '두마리 토끼 잡았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11-05 05:40



포항이 '수원 징크스'에서 마침내 탈출하며 4위로 올라섰다.

포항은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35라운드 수원과의 원정경기서 이진현의 결승골을 앞세워 3대1로 승리했다.

이로써 포항은 2015년 3월 이후 4년째 13경기 연속 이어지던 수원전 무승(8무5패)에서 탈출했다. 순위 경쟁에서는 승점 50을 기록하며 수원(승점 49)을 끌어내리고 4위로 올라섰다.

양팀 모두 '실낱희망'을 놓고 벌인 일전이었다. 경기 전까지 4위 수원(승점 49)과 5위 포항(승점 47)의 승점 차는 불과 2점. FA컵 결승에 진출해 있는 3위 울산이 FA컵 우승을 차지하면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은 4위까지 주어진다. 때문에 4위는 마지막 희망의 마지노선이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3위 울산(승점 59)이 우승팀 전북에 패하면서 희박하지만 수원의 3위 도약의 실낱 같은 가능성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징크스 탈출을 위해 독을 품은 포항은 체력이 바닥난 수원을 상대로 경기 후반부 공략에 성공하며 마지막에 웃었다. 천신만고 끝에 잡은 '두 마리 토끼'였다.

다른 분위기…필승 결의는 다르지 않았다

"안 그래도 난 그게 제일 기분 나빠."

포항 최순호 감독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결의가 가득했다. '수원 징크스'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포항은 이날 수원과의 맞대결 전까지 13경기 연속 무승(8무5패)에 시달려왔다. 최 감독은 "포항에 부임하자마자 처음부터 들었던 얘기였다. 내가 부임하기 전 2015년부터 그런 일이 생긴 모양인데 어쩌다가 지금 3년째 흘러왔다"면서 "이것(수원 징크스)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시즌의 마지막 대결에서 해묵은 숙제는 풀고 가야겠다는 결의이기도 했다.


반면 수원 서정원 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의지를 다졌다. "모두가 힘들어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는 강하다." 사실 수원 라커룸은 우울했다. 최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을 놓쳤기도 했지만 수비라인 줄부상 붕괴가 가속화 됐다. 서 감독은 "박종우와 사리치가 부상을 딛고 출전하겠다며 훈련에 참가했지만 통증이 악화돼 다시 이탈했다"면서 "홍 철도 지난 경기 부상으로 다음 울산전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2차례의 빅게임에 올인하기 위해 없는 힘도 짜내다보니 결국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후반 마다 더 뛰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그게 너무 화가 난다고 한다"면서 "여기서 주저앉거나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유종의 미'를 다짐했다.

간절했던 포항 수원의 허를 찔렀다

징크스 트라우마를 무시할 수 없었을까. 초반 주도권은 수원이 잡았다. 포항은 좀처럼 라인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역습으로 맞섰다. 활발한 공격 전개 끝에 아쉬운 장탄식을 뱉은 쪽도 수원이었다. 전반 21분 한의권을 측면 크로스를 받은 데얀이 이동 동작에서 절묘하게 헤딩한 것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겼다.

이후 수원은 결정적인 허를 찔렸다. 28분 포항 김도형이 수원 진영 좌중간에서 오른발로 감아올린 크로스가 반대쪽 골문에 꽂혔다. 수원 골키퍼 신화용이 문전에서 경합하던 선수들에 의해 중간 차단될 것으로 판단 미스를 했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34분 한의권이 작심하고 때린 발리슛마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또 한번 땅을 친 수원은 그래도 '포항 킬러'의 본능까지 잃지는 않았다. 41분 한의권이 마침내 해결했다. 아크 왼쪽에서 데얀의 패스를 받은 그는 한차례 볼터치로 타이밍을 맞춘 뒤 오른발 중거리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초반 포항의 반격이 수위를 올리는 듯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포항의 간헐적인 역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원이 맹공이 이어졌다. 하지만 번번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거나 포항 골키퍼 강현무의 세이브에 막혔다. 불운의 전조였다. 31분 수원은 또 어이없이 실점했다. 문전 침투한 이진현이 달려나온 신화용 골키퍼를 제치며 문전으로 패스한 것이 골문 커버에 들어가던 박형진의 왼발에 걸렸다. 역동작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발을 댄 것이 이진현에게 노마크 어시스트가 되고 말았다. 이어 38분 김승대의 측면 크로스를 받은 이석현이 문전 쇄도하며 쐐기골을 터뜨리자 수원은 더이상 추격 의지를 살리지 못했다. 수원은 이날 패배로 3위 도약의 실낱희망도 상실하고 말았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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