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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서정원 감독 심경토로 "선수-팬들께 너무 죄송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10-17 19:53





"임기 채우려고 눌러앉을 생각 전혀 없다."

돌아온 서정원 수원 감독이 최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서 감독은 17일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 제주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 나섰다. 서 감독은 지난 8월 28일 돌연 사퇴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났다.

당시 일부 극성팬들이 가족까지 겨냥해 악성 댓글을 달았고 자녀들의 말못할 고충을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 서 감독이 폭발한 것이었다. 내부적인 불협화음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가운데 가족까지 해를 겪는다는 사실에 서 감독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난 2일 홀연히 독일로 떠났던 그는 15일 전격적으로 복귀해 이날 제주전부터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서 감독이 응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돌아오게 될지 솔직히 몰랐다. 팀을 떠나면서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면서 복귀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스포츠조선의 보도<10월 17일자>대로 구단주인 박찬형 구단 대표이사(제일기획 부사장)가 서 감독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흔들었다. 서 감독은 "내가 유럽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10일 간격으로 만나자고 하셨다. 만남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어서 만나보면 '사표 수리는 절대 안한다'고 하시며 복귀할 것을 계속 요청하셨다"고 말했다.

되레 서 감독은 "팀을 빨리 추스르기 위해서는 신임 감독을 선임하시라"고 조언했지만 박 대표는 서 감독 이상으로 완강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제자인 선수들의 설득 작전에 시달렸다. 이른바 '협공'에 시달린 셈이다. 선수들은 돌아가며 문자를 보내 감독의 복귀를 간청했다. 서 감독이 출국하기 전날에는 염기훈 신화용 조원희 양상민 등 고참 선수들이 불쑥 집까지 쳐들어왔다. 당연히 감독의 복귀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 때까지만 해도 서 감독은 "미안하지만 들어갈 생각은 없다"며 돌려보냈다.

머리를 식히려고 맏아들이 유학중인 독일로 떠났지만 마음고생은 더 심해졌다. 한국에서 문자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어떤 선수는 '훈련에 집중이 안된다'고 읍소를 했고, '꿈에서 감독님이 나타나서 제손을 잡아주셨다'며 서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여기에 팀 성적도 무승 행진을 하며 위기 아닌 위기를 맞은 것도 서 감독에겐 커다란 짐이 됐다. 서 감독은 "구단주님이 신뢰를 주시는데 계속 외면하는 것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만 아프다고 선수들을 나몰라라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됐다"면서 "수원에서 선수 시절부터 감독까지 오랜 기간 몸담아 온 내가 수원 팬들과 이런 식으로 헤어지는 것도 찜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서 감독은 팀이 어려울 때 선수들과 함께 헤쳐나가는데 작은 도움이 되자고 마음을 돌렸다.

서 감독은 이날 FA컵을 포함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을 치러야 한다. 시기적으로 큰 두 경기를 모두 놓치면 서 감독의 복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서 감독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서 돌아온 것이다. 만약 팀이 좋은 페이스를 걷고 있다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온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뭔가 바뀔 수는 없겠지만 난관을 극복하는데 작은 도움이 된다면 선수들을 다독여 주는데 힘이된다면 성패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 감독은 자신의 복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소신을 피력했다. "돌아왔다고 해서 내년까지인 임기를 은근슬쩍 채울 생각은 전혀 없다. 위기를 함께 극복한 뒤 올시즌이 끝나면 깨끗하게 물러날 것이다. 복귀 요청에 응할 때 구단주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내년을 위해서라도 수원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 드릴 수 있는 신임 감독을 물색하시라고…."

이어 서 감독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잘못된 행동 맞다. 나부터도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끈질긴 설득에 이렇게 떠다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책임감이 생겼고 올시즌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떠날 생각"아라고 덧붙였다.

일부 팬들의 악플에 상처를 받았던 서 감독은 팬들을 향한 당부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나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한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감독이라는 자리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사건 중에 하나일텐데…'라는 생각에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시간 선수들과 똘똘 뭉쳐서 최선을 다할테니 너무 비난만 하지 마시고 진심으로 선수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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