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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간판스타 손흥민(26·토트넘)의 이타적 플레이는 의도적인 것일까.
소속팀 토트넘에선 해리 케인이라는 확실한 9번 공격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주로 측면 공격수로 출전하지만 대표팀에선 손흥민 만한 골잡이는 없다. 때문에 월드컵대표팀을 지휘했던 신태용 전 감독도 전략적으로 실패한 스웨덴전을 제외하고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수 밖에 없었다. 짜릿한 환희도 맛봤다.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2개월 후 펼쳐진 아시안게임 부터 손흥민은 확 달라졌다. '골잡이' 대신 철저하게 '도우미'로 변신했다. 손흥민은 7경기에서 5도움(1골)을 기록, 한국의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이끌었다. 순도 높은 도움들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과감하게 포기한 손흥민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주장'으로서 자신이 한 발 더 뛰어 동료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는 희생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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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손흥민에게 쏠린 득점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분산된 상황적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축구는 아시안게임 이후 황의조(감바 오사카)라는 확실한 정통파 공격수를 얻었다. 게다가 우루과이전에선 황의조와 스타일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또 다른 원톱 자원인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결승골에도 기여했다. 손흥민이 반드시 최전방에 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속 팀에서와 같은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활동영역은 주로 공간이 좁은 중원이다. 남태희(알두하일) 황인범(대전) 이재성과 역할이 겹칠 뿐만 아니라 빠른 스피드를 살려 공간을 파고드는 자신만의 색깔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역할까지 하다 보면 그만큼 체력적으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체력을 빨리 떨어뜨려 정작 페널티박스 근처나 안에서 해결능력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장'이기 때문에 한 발 더 뛰는 모습도 중요하다. 그러나 플레이에 군더더기를 빼야 한다. 이젠 그렇게 찾아 헤매던 케인 역할을 해줄 원톱 자원이 존재한다. 소속팀에서 공격전개 작업을 해줄 크리스티안 에릭센 역할을 할 자원도 풍부하다. 그렇다면 손흥민은 다시 자신의 색깔을 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상대 측면을 붕괴시키고, 스트라이커를 돕고, 골도 넣는 좀 더 벤투호의 결정력을 높이는데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손흥민의 득점 옵션이 사라지는 순간 원톱 부담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