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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이타주의', 이젠 자신의 색깔 되찾을 때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10-15 16:33 | 최종수정 2018-10-16 05:30



벤투호 간판스타 손흥민(26·토트넘)의 이타적 플레이는 의도적인 것일까.

파나마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복수의 축구계 관계자들은 "지난 8월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부터 손흥민이 너무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기술적 지적이 있다. A대표팀에서 사실상 프리롤이라고 봐야 하지만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지 못할 정도의 역할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 맞다. 최근 벤투호의 호성적에 기술적인 면이 묻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표팀 내에서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후 180도 달라졌다. 월드컵 때까지만 해도 손흥민의 역할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또는 윙 포워드였다. 한 마디로 '손흥민 시프트'였다. 손흥민이 2선 측면으로 빠지면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공백을 메웠다. 그러나 이후 손흥민은 계속해서 최전방에 섰다. 멕시코전에선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투톱을 형성했다. 독일전에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췄다.

소속팀 토트넘에선 해리 케인이라는 확실한 9번 공격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주로 측면 공격수로 출전하지만 대표팀에선 손흥민 만한 골잡이는 없다. 때문에 월드컵대표팀을 지휘했던 신태용 전 감독도 전략적으로 실패한 스웨덴전을 제외하고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수 밖에 없었다. 짜릿한 환희도 맛봤다.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2개월 후 펼쳐진 아시안게임 부터 손흥민은 확 달라졌다. '골잡이' 대신 철저하게 '도우미'로 변신했다. 손흥민은 7경기에서 5도움(1골)을 기록, 한국의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이끌었다. 순도 높은 도움들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과감하게 포기한 손흥민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주장'으로서 자신이 한 발 더 뛰어 동료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는 희생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손흥민은 여전히 '도우미'에 머물러 있다. 활동 영역이 최전방이 아닌 주로 미드필더에서 공격작업을 전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모양새다. 9월 코스타리카전과 칠레전, 10월 우루과이전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때로는 깊숙한 지점까지 수비를 가담하기도 한다. 물론 많이 뛰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기를 마음껏 발휘한다면 그것만큼 '금상첨화'가 없다. 하지만 철인 처럼 다 잘 할 수는 없다. 실제 손흥민은 A매치 3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손흥민에게 쏠린 득점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분산된 상황적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축구는 아시안게임 이후 황의조(감바 오사카)라는 확실한 정통파 공격수를 얻었다. 게다가 우루과이전에선 황의조와 스타일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또 다른 원톱 자원인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결승골에도 기여했다. 손흥민이 반드시 최전방에 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속 팀에서와 같은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활동영역은 주로 공간이 좁은 중원이다. 남태희(알두하일) 황인범(대전) 이재성과 역할이 겹칠 뿐만 아니라 빠른 스피드를 살려 공간을 파고드는 자신만의 색깔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역할까지 하다 보면 그만큼 체력적으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체력을 빨리 떨어뜨려 정작 페널티박스 근처나 안에서 해결능력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장'이기 때문에 한 발 더 뛰는 모습도 중요하다. 그러나 플레이에 군더더기를 빼야 한다. 이젠 그렇게 찾아 헤매던 케인 역할을 해줄 원톱 자원이 존재한다. 소속팀에서 공격전개 작업을 해줄 크리스티안 에릭센 역할을 할 자원도 풍부하다. 그렇다면 손흥민은 다시 자신의 색깔을 살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상대 측면을 붕괴시키고, 스트라이커를 돕고, 골도 넣는 좀 더 벤투호의 결정력을 높이는데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손흥민의 득점 옵션이 사라지는 순간 원톱 부담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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