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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당시 "저 선수는 누구야?"라는 질문을 던진 국민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축구 지도자와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될 성 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았다. '포텐왕'으로 불렸다. 잠재력이 풍부했다.
2016년이었다. 축구인생의 첫 전환을 맞았다. '전천후 선수'로 다시 태어났다. 중앙대 2학년 시절 1년 선배 김문환(23·부산)과 함께 투톱 공격수로 활약하던 조유민은 최덕주 중앙대 감독의 권유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최 감독은 "유민이는 남다른 골 감각을 보이던 선수였다. 다만 유민이가 '프로에 가면 스트라이커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뛰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빌드업과 헤딩력이 좋아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으로 활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자질이 없었다면 주문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게 성장할 재목이었다. 그러나 운동선수는 운도 타고나야 한다. 지난해는 운이 없었다. 프로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갔다. K리그2(2부 리그) 두 팀이 조유민을 탐냈다. 결국 한 팀으로 압축됐다. 한데 마지막 협상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프로행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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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길지 않았다. 구세주가 나타났다. 수원FC의 새 지휘봉을 잡은 김대의 감독이 조유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 감독은 수원 스카우트 시절부터 조유민을 영입리스트에 올려놓고 관찰한 바 있다. 그러다 감독이 된 뒤 곧바로 '멀티 플레이어' 조유민을 품었다. 김 감독은 "유민이는 나와 함께 할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1년 전 타팀으로 갈 수 있었는데 무산되면서 나와 함께 프로무대를 밟고 있다. 인연인 것 같다"며 웃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가 되자 운이 트였다. K리그 규정 덕을 톡톡히 봤다. K리그 2부 리그에 적용되는 22세 이하(U-22)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이다. 지난 3월부터 김 감독은 조유민을 꾸준하게 중용했다. 지난달 1일 아시안게임대표팀 소집 전까지 6개월간 17경기를 뛰었다. 김 감독은 "U-22 의무 출전 규정이 없었더라도 유민이는 주전 센터백으로 뛰었을 것이다. 그만큼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칭찬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이다. 김학범 감독은 8강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에 조유민을 활용했다. 포백 전환시 '괴물' 김민재(전북)의 파트너로 기술이 좋은 황현수(서울)보다 조유민을 더 높게 평가했다.
모든 지도자들은 조유민을 향해 한 목소리를 낸다. "정말 성실한 선수"라고 말이다. 최 감독은 "대학교에서 3년간 지도했는데 유민이는 그라운드에서 온몸을 불사른다. 근성도 있고 승부욕도 강하다. 모든 플레이에 열정적으로 임한다"고 극찬했다. 김 감독 역시 "그야말로 '헌신의 아이콘'이다. 이런 면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멀티 능력도 장점이지만 성실함은 국내 어느 선수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엄지를 세웠다.
일단 '무명' 딱지를 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면제도 받았다. 그 앞에는 탄탄대로가 놓여있다. 한국축구가 흙 속에서 발견한 보배, 조유민이 달리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