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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포르투갈 출신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65)의 선택은 이란축구협회와 재계약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는 한국 축구 A대표팀 우선 협상 대상자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지난달로 계약이 끝난 케이로스 감독과 지난달 접촉을 했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부분에서 이견이 발생했을까.
케이로스 감독이 2019년 1월 아시안컵까지 이란 대표팀을 지휘한다고 이란 미디어들이 15일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2011년 4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이란 사령탑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과 올해 러시아월드컵에서 이란을 2회 연속 본선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달말 KFA는 케이로스 감독과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축구협회장이 자국 언론에다 KFA와 케이로스의 접촉 및 협상 소식을 폭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협상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축구협회 안팎에선 케이로스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가 정한 1차 우선 협상자 3명 안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에이전트는 "KFA와 케이로스 감독의 협상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돈 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케이로스 감독이 KFA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가 이란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연봉은 28억(추정)으로 알려져 있다. KFA는 이번 협상에서 최대 30억원(추정) 정도의 연봉을 제시할 준비를 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4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견은 코칭스태프 구성, 세금 문제, 거주지 등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로스 감독을 따르는 '사단'은 숫자가 제법 된다. 수석코치, GK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등 최대 6~7명에 달한다. 이들을 다 데려오겠다고 KFA에 제안했다면 토종 코치들을 A대표팀에 넣어 경험을 쌓게 하고 싶은 KFA와 난항을 겪었을 수 있다. 또 세금도 걸림돌이 됐을 수 있다. 국세청은 2019년부터 외국인 스포츠 선수의 국내 소득분에 대해 원천징수액(22%)을 바로 적용하는 부분을 각 구단과 연맹에 알렸다. 외국인 지도자도 예외일 수 없다. 그동안은 외국인 고소득 스포츠 선수들에게 세금 적용이 엄격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이런 부분이 KFA와 케이로스 협상간에 충분히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다.
또 KFA는 외국인 감독의 국내 항시 거주를 원칙으로 잡고 있다. 4년전 KFA와 접촉했던 네덜란드 출신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국내 보다 네덜란드 거주를 원해 협상이 결렬됐다.
케이로스는 KFA 뿐 아니라 콜롬비아축구협회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케이로스는 익숙한 이란에 머무르는 쪽으로 뜻을 굳혀 가고 있다. 다바르자니 이란 체육부 차관은 "케이로스 감독이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이란 대표팀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내년 UAE 아시안컵 때 이라크, 예멘, 베트남과 같은 D조에서 조별리그를 벌인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지난 8일 2차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그는 또 다른 감독 우선 협상자들과 연쇄 미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FA는 9월 A매치(칠레 코스타리카) 때 새 감독을 벤치에 앉힐 예정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