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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가 '골 자판기'가 됐다.
그렇다면 월드컵 휴식기 이후 실점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무더위와 얇은 선수층을 꼽을 수 있다. 선수들은 이번달 중순부터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무더위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일주일마다 경기를 치르면 그나마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도 여의치 않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으로 인해 K리그 일정이 한 달 반이나 뒤로 밀렸다. 무더위로 체력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주중과 주말 경기를 소화하다 보니 후반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인천은 선수층이 얇다. 부상자도 적지 않고 '특급 조커' 송시우도 군 입대해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다.
지난달 9일 인천 지휘봉을 잡은 안데르센 감독에게 가장 큰 관건은 '선수 파악'이었다. 시즌 중간에 감독으로 팀을 이끈다는 건 기존 선수파악이 용이한 국내 감독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한데 외국인 감독이라면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자신감은 보였다. 안데르센 감독은 지난달 10일 입국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통해 인천 경기를 지켜봤다. 시즌 초반 인천은 불행한 경기도 했지만 실점을 한 것을 전술적으로 개선시켜 나갈 것이다. 공격적인 축구로 강등권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데르센 감독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팀을 이끈 지 두 달여밖에 되지 않았는데 리더십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인천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자신이 눈여겨본 선수만 기용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철저하게 배제되다 보니 입국 당시 밝혔던 '원팀'을 스스로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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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기용 패착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1일에는 후반 18분 박종진 대신 부노자를 투입해 수비 강화를 노렸다. 한데 뜬금 없이 중앙 수비수 자원인 부노자에게 풀백 역할을 부여했다. 부노자는 생소했지만 감독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전문 풀백요원들과 비교해 전술적인 움직임과 스피드을 뿜어내긴 어려웠다.
선수기용의 또 다른 패착은 중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슬기와 이정빈 조합이다. 이정빈은 안데르센 감독이 인천을 지휘하면서 중용되고 있다. 그러나 맞지 않는 옷을 계속 입었다. 이정빈은 윙어 또는 섀도 스트라이커 자원이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당연히 수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한석종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다고 해도 좀 더 수비력이 나은 선수를 기용했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고슬기는 볼 연계와 괜찮은 편이지만 스피드와 체력이 떨어진다. 그 주변에는 많은 활동량으로 커버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결국 두 명의 부조합은 중원싸움에서 밀리는 결과를 낳으면서 실점의 시발점이 됐다.
안데르센 감독의 고집 센 성격은 국내 코치들마저도 입을 닫게 만들었다. 외인 감독 옆에는 반드시 총명한 국내 코치가 있어야 한다. 팀이 잘 돌아가기 위해선 한국인 코치가 감독과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선수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안데르센 감독과 박성철 수석코치 사이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고 있다는 주변의 목소리도 높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구단 수뇌부에 미운 털이 박힌 임중용 코치는 사실상 아무런 의견 개진도 하지 못한 채 코칭스태프가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인천은 안데르센 감독이 내고 있는 엇박자를 바로잡지 못할 경우 이번 시즌 '생존왕'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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