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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구, 맡겨줘!' 한국에서 축구 하는 브라질 삼총사의 유쾌한 수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7-11 05:20


대구의 브라질 공격수 에드가(왼쪽), 조세, 세징야.

"세징야, 너는 한국어로 대답해야지"

대구의 브라질 외국인 삼총사, '맏형' 에드가(31)가 세징야 옆에 싱거운 농담을 툭 던진다. 옆에 있던 '막내' 조세(25)가 참지 못하고 "와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세징야(29)는 형과 동생의 놀림이 부끄러운듯 머리를 긁적인다. "저, 한국말, 쪼끔 해요."

에드가, 세징야, 조세. 세 선수가 마주 앉은 건 후반기 첫 경기를 치른 이튿날 오전이었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세 선수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경기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주장 완장을 달고 뛴 세징야는 "너무 열심히 했는지 얼굴이 작아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럴만도 했다. 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서울과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15라운드는 '치열함' 그 자체였다. 대구는 2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기어이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는 월드컵 스타 조현우 신드롬으로 1만 명이 넘는 팬이 경기장을 찾아 "대구!"를 연호했다.

"셋이 함께 치른 첫 번째 공식전이에요. 저와 조세는 시즌 중반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첫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데뷔전에서 골을 넣은 것은 좋은데, 팀이 이기지 못한건 아쉬워요." 에드가가 데뷔전을 차분하게 복기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맏형이 말하는 '삼총사 축구 스타일'

반등을 노리는 대구, 후반기를 앞두고 창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에이스' 세징야를 필두로 새 외국인 선수 에드가와 조세를 품에 안았다. 에드가와 조세는 대구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두 선수의 경력은 사뭇 다르다. 에드가는 포르투갈, 터키 등 해외 리그 경험이 있다. 특히 태국 부리람 소속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출격, K리그 팀들과 격돌하기도 했다. 반면, 조세는 생애 첫 해외 무대다.

스타일도 다르다. 에드가는 "두 선수 모두 득점력이 있어요. 하지만 조세는 드리블이 좋고, 활동량도 많죠. 세징야는 영리한 플레이를 하고요. 셋의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요"라고 평가했다. 세징야는 "에드가는 장신(1m91)이지만 키핑과 연결 능력이 있어요. 위치 선정도 좋죠" 귀띔했다. 삼인삼색의 장점. 시너지를 기대할 만 한 조합이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둘째형이 전수하는 한국-K리그 꿀팁


각기 다른 경험과 개성을 지닌 세 선수. 하지만 셋은 "우리는 형제"라며 벌써부터 남다른 우애를 과시한다. 말뿐이 아니다. 세 선수는 형제처럼 의지하며, 때로는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낸다.

중심은 '둘째' 세징야가 잡는다. 세징야는 대구에서 보낸 시간만 벌써 3년이다. 한국이 제법 익숙하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밟은 에드가와 조세의 적응을 돕고 있다.

세징야는 "에드가는 워낙 해외 리그 경험이 많아서 특별히 해줄 말이 없어요. 다만, 조세는 처음이라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죠. K리그 템포가 빠르다는 것, 그리고 대구 맛집과 마트 정보"라며 크게 웃었다.

조세는 든든한 형들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한국, 그리고 K리그에 적응 중이다. "한국과 브라질은 언어, 음식, 문화 등이 달라서 걱정했어요. 그저 도전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왔어요. 하지만 다들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있어서 고마워요. 세징야는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얘기를 해주고요, 에드가는 나와 함께 맛있는걸 먹으러 다니죠."

막내의 진심. 형들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에드가는 "그러니까 너는 우리의 말을 조금 더 잘 들어야 해. 내가 형이고 네가 동생이잖아"라며 씩 웃었다. 나이로 군기잡기. 벌써 한국 사람 다 됐다.


막내도 굳은 다짐, 대구의 반등을 위하여!

인터뷰 내내 '하하호호' 웃으며 유쾌한 시간을 보내던 세 선수. 성적 얘기가 나오자 이내 웃음기가 싹 가신다.

대구는 올 시즌 15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우리팀 성적이 좋지 않아요. 월드컵 휴식기 동안 호흡도 많이 맞췄고, 선수 파악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구단의 목표, 스타일을 확실히 알고 있어요. 매 경기 결승이라고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경기를 치르면 더 좋은 위치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믿어요."(에드가)

"우리팀은 확실한 목표가 있어요. 사실 해외 리그는 처음이라 개인 득점, 도움 기록도 중요해요.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우리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게 더 중요하죠."(조세)

"올해는 저 혼자 외국인 선수인 채로 경기에 나서는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팀의 견제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이제는 외국인 공격수만 3명이에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팀 전력이 강화된 만큼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할게요. 우리는 프로니까 이겨야해요."(세징야)

함께 호흡을 맞춘지 이제 겨우 50일. 하지만 에드가, 세징야, 조세는 끈끈한 우정으로 단단하게 힘을 모아 대구의 반등을 약속했다. "팬 여러분, 큰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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