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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조직이 강한 두 팀이 만났다.
스위스는 의도와 다르게 볼을 소유했다. 전반전 60%대 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의도한대로 경기를 주도한 것은 스웨덴이었다. 스위스는 골키퍼 좀머와 두 센터백의 사이로 내려서는 베라미부터 빌드업을 전개했다. 스웨덴이 여기서 예상치 못 한 수비조직을 만들었다. 토이보넨-베리 투톱이 미드필더 에크달과 함께 높은 위치에 자리했다. 전방압박을 위해서 달려들진 않지만 최후방에서 스위스는 3대3 상황을 맞이했다. 결국 롱킥을 자주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셰어가 빠진 스위스의 후방은 전방압박을 풀어낼 만큼의 기술이 없었다.
결국 스위스는 측면에 치우치기 시작했다. 롱킥에 의한 세컨드볼에선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스웨덴은 평균 1m87, 스위스는 평균 1m78로 두 팀의 신장 차이는 크다. 스위스는 양쪽 측면에 반대 발을 사용하여 주로 안쪽으로 치고드는 샤키리와 주버를 활용했다. 크로스 역시 우위를 점하기 힘든 상황에서 괜찮은 의도였다. 실제 샤키리는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페널티 에어리어로 드리블을 시도하면, 센터포워드 드르미치는 측면으로 센터백을 끌어내고 2선의 제마일리와 주버가 순간적으로 중앙을 향해서 침투를 시도했다.
풀백 활용도 아쉬웠다. 리히슈타이너의 공백이 커보였다. 스위스가 하프라인 위에서 공격 작업이 시작되면 양쪽 풀백도 항상 높게 전진시켰다. 하지만 공격 템포를 살린 빠른 타이밍의 크로스나, 측면 공간을 찾는 오버래핑을 만들지 못했다. 여기에 상대 풀백인 아우구스틴손-루스티크와의 일대일 경합도 매번 실패했다. 이겨내도 스벤손과 클라에손의 커버링에 번번이 차단당했다.
오히려 스위스 수비가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스웨덴은 역습 시 롱킥을 시도하지 못 하면, 차선책으로 포르스베리의 드리블을 통한 역습을 활용한다. 원터치 패스로 속공을 시도한다. 이때 스위스의 더블 볼란치인 자카와 베라미가 협력 수비에 미흡했다. 둘은 동시에 도전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의 간격을 멀어지게 했다. 스웨덴의 공격진과 스위스의 최종수비라인이 곧바로 대결하는 장면이 자주 생겼다. 스위스의 역습에도 간격과 주변 공간을 흔들리지 않고 메우던 스웨덴 수비조직과의 차이점이었다.
스웨덴은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전술인 '선 수비 후 역습'을 변함없이 실행했고, 후반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풀백들의 무게중심을 조금씩 높이기 시작했다. 결국 결승골까지 만들었다. 스웨덴 왼쪽풀백 아우구스틴손이 베리가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엄청난 속도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수비가 유인됐다. 서로 공간을 메우지 못 하던 스위스는 결국 PTA 앞 공간을 내주며, 포르스베리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끝내 스위스는 단조로운 공격패턴과 수비조직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패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FIFA랭킹 6위이자, 샤키리와 자카 등 스타선수가 포진한 스위스의 근소한 우위를 예상했지만, 결국 수비를 더 잘하는 팀들이 살아남는 이번 월드컵의 흐름 그대로 결과였다. 브라질도 1실점으로 막던 스위스의 수비조직은, 더 강한 수비조직을 만났을 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월드컵을 마감했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