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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스콜라리 한국행? 원하는건 맞지만, 협상은 없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7-04 10:38



시작은 브라질 언론이었다.

4일(한국시각) 브라질의 글로부에스포르테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이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차기 사령탑 후보로 점찍고 의견 조율 중이다. 조만간 스콜라리 감독에게 공식적으로 영입 제의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스콜라리 감독이 역시 16강 진출에 실패한 이집트의 영입대상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했다.

곧바로 스콜라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접촉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 매체는 '스콜라리 감독과 협회가 아주 최근 대화를 시작했다. 양측이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고 전했다. 협회는 곧바로 '스콜라리 접촉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다. 협회는 "감독선임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감독과도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감독선임위원회는 5일 개최돼, 계약이 만료된 신태용 감독의 유임 여부를 결정한다.

스포츠조선이 '스콜라리 한국행 루머'의 팩트를 체크했다. 일단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스콜라리 감독이 한국행을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협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현재 광저우 헝다와 계약이 만료돼 야인으로 있는 스콜라리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협회에 정통한 관계자를 통해 스콜라리 감독이 협회에 의향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취재했다. 사실 스콜라리 감독은 이전부터 한국행에 관심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며 아시아축구를 두루 지켜본 스콜라리 감독은 한국축구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 몇몇 K리그팀과 연결된 적도 있다.

하지만 협상은 없었다. 사실 협회는 A매치 주선과 외국인 감독 물색을 맡고 있는 '캄(KAM) 스포츠'를 통해 일찌감치 새 감독을 물색했다. 이미 KAM에서 물색한 몇몇 외인 감독들에 대해 퇴짜를 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독일전 승리를 통해 신 감독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감독선임위원회를 통해 거취를 결정한 뒤,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콜라리 감독이 한국행에 대한 의중을 전한 것이다. 만남이나 협상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협회 역시 아직 이렇다할 피드백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콜라리 감독은 의심할 여지없는 명장이다. 성과만 놓고본다면 거스 히딩크 감독 이상이다. 대표팀에서 월드컵과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차지했고, 클럽 레벨에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코파리베르타도레스(남미의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거머쥔 감독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독일에 1대7 참패한 후 하락세를 겪었지만, 광저우 헝다 감독에 부임해 중국 슈퍼리그 3연패를 이끌었다.

사실 스콜라리 감독은 최상의 카드다. 이름값과 실력을 모두 겸비했다. 여기에 국제무대와 아시아무대를 모두 경험했다. 협회는 신 감독 대신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시 높은 명성을 가진 지도자를 데려온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하지만 월드컵이 4년이나 남은 지금, 협회 입장에서는 명장들을 데려올만한 명분과 실리가 없다. 협회는 감독 연봉에 30~40억을 쓸 여력이 없다. 아시아 사정에 정통한 스콜라리 감독이 한국행을 먼저 희망했다는 것은 연봉에 대한 부분도 맞출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콜라리 감독이 한국행을 원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신 감독의 거취를 결정한 후, 유임이 아니라면 한번쯤 고려해볼만 한 카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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