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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투지도, 승리도, '기본'이 만든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6-24 10:37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예선 2차전이 24일 새벽(한국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수비에 가담해 헤딩으로 공을 쳐내고 있다. 로스토프(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24/

압박도, 수비도, 기본이 흔들렸다.

한국은 24일(한국시각) 2018년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에 1대2 패배했다. 한국은 스웨덴전과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왔다. 4-4-2로 변경했다. 선수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문선민이 선발로 나섰고, 이재성은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나섰다. 전주대 박경훈 교수와 축구학과 분석팀은 '압박과 커버'에서 패인을 찾았다. '기본'에 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초반 흐름은 괜찮았다. 멕시코의 빌드업을 높은 위치에서부터 차단하며 상대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전반 23분에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장현수의 슬라이딩 태클 이후 핸드볼이 선언되며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장현수의 태클 이전에 수비의 우선 원칙인 '지연(Delay)'이 중요했다. 각을 좁혀서 바깥으로 몰아내도 충분한 수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아쉬운 것은 '팀의 압박'이었다. 한국은 이날 미드필드진의 포백라인 커버가 원활하지 않았다. 우리의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의 왼쪽측면포워드 로사노가 수시로 위협을 가했다. 이때 이 용이 압박을 나서면, 센터백과의 간격이 자주 벌어지는 현상이 보였다. 포백수비의 기본원리인 압박(Pressing)-커버(Covering)-밸런스(Balance)-컨트롤(Control)이 아쉬웠다.

3선으로 이루어진 4-4-2에서 커버는 미드필드진의 몫이었다. 로사노의 주요 움직임이 안쪽으로 접어들어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는 패턴이란 걸 분석해뒀다면, 우선 미드필드진은 협력수비를 통해 측면으로 몰아내어 크로스를 올리게 유도해야 했다. 장점을 사용하지 못 하게 할 수 있었고, 가운데를 이미 튼튼히 지켰기에 크로스가 올라와도 걷어낼 가능성이 높았다.


차선책이라면 로사노를 강하게 압박하며 벌어진 포백라인의 사이 공간도 조직적인 커버로 메워야 했다. 이러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위해선 네 명의 미드필더가 좌우의 폭을 촘촘히 좁혀야 했다. 하지만 한국의 네 미드필더는 상대의 좌우 볼 이동 순간에 조금씩 틈이 벌어졌다. 결국 상대의 일대일 돌파와 원투패스에 쉽게 벗겨졌다. 이날 멕시코의 슈팅 정확도가 대체로 낮아서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많은 위험에 노출됐다.

압박의 형태도 되돌아봐야 했다. 압박은 '언제, 어떻게, 왜, 어느 지역부터' 시도하는지 팀 전체가 이해하고 준비되어야 한다. 상대가 백패스를 시도할 때, 볼을 빼앗긴 즉시, 상대의 풀백이 측면에서 빌드업을 시도할 때 등 타이밍이 중요하다. 반면 한국은 일정한 시점에서 팀 단위의 압박 형태가 모호했다. 분명히 대표팀이 최선을 다해서 뛴 건 맞지만, 그만큼의 효율성과 견고함도 있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분석팀 데이터에 따르면 멕시코는 어태킹써드(그라운드 1/3 공격지역)를 향한 46회의 공격 시도 중 무려 38회를 성공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추가골 실점 순간이다. 주심은 기성용이 상대 발에 걸려 넘어진 파울이 유력한 상황임에도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이후 상대는 전진패스를 투입했다. 그때 앞에 있던 이승우의 순간적인 수비 판단이 아쉬웠다. 뺏기 위해 뛰어들기 보다는, 지연(Delay)을 통해 우리 미드필드진이 복귀하는 시간을 벌어주면 어땠을까. 또한 문전에서 장현수의 태클 장면도 최후의 수단이어야 했다. 각만 좁혀주고 골키퍼가 막을 수 있는 코스로 유도하는 게 필요했다. 수비의 기본 원칙이 사라진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희망적인 부분은 역습 시 전방으로 향하는 볼 투입이었다. 간결함과 정확도가 살아났다. 손흥민의 스피드와 침투를 살리며 3선 지역에서 스루패스를 통해 세 차례의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반면 주변 선수들의 '빠른 접근' 부분에선 아쉬웠다. 역습 시엔 공격지역에서 3~4명이 재빠르게 동시에 침투가 필요하다. 어떤 슈퍼스타도 혼자서 상대 수비를 모두 뚫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이러한 팀의 움직임을 도울 때의 투지가 필요했다. 무작정 수비하려고 달려드는 게, 다칠 것을 알고도 몸을 던지는 것이 투지가 아니다. 팀의 조직적인 압박과 수비를 위해서 한 발 더 뛰어줄 때, 팀의 득점을 위해서 이 악물고 한 발자국 더 움직일 때, 우리는 결과에서 투혼을 느끼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이제 독일전만 남았다. 기본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다면, 우리는 기적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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