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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70일 만의 반전' 日, 어떻게 역사를 썼나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6-20 06:20


ⓒAFPBBNews = News1

일본과 콜롬비아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이 펼쳐진 19일(한국시각) 러시아 모르도비아 사란스크의 모르도비아 아레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일본 벤치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일본은 가가와 신지와 오사코 유야의 골을 묶어 2대1로 승리했다.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남미 국가를 제압한 역사를 쓴 것이다. 종전까지 아시아 국가는 남미 국가에 3무15패로 절대열세였다. 일본 열도는 "기적이 일어났다"며 환호하고 있다.

최악의 시작, 빗발친 여론

불과 70여일 만에 만들어낸 반전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홍역을 치렀다.

시간은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축구협회(JFA)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니시노 아키라 JFA 기술위원장을 선임했다. 2015년 3월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할릴호지치 감독은 러시아월드컵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해임됐다. 성적 부진 및 커뮤니케이션 문제였다. 이에 할릴호지치 감독은 JFA를 상대로 명예회복 소송을 냈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됐다. 일본은 5월 30일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가나를 상대로 니시노 감독 체제에서 첫 공식전을 치렀다. 결과는 0대2 패배. 여기에 스위스를 상대로 또 다시 0대2로 패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기대감 0%'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AFPBBNews=News1
반전의 서막, 선발-조커 퍼즐을 맞추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은 12일 펼쳐진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4대2 역전승했다. 2014년 6월 잠비아전 이후 4년 만에 역전승을 기록하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가가와 신지는 1골-1도움을 기록했고, 이누이가 2골을 뽑아냈다.

눈여겨볼 점은 당시의 선발 명단이다.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붙박이 주전' 혼다 게이스케를 과감히 제외했다. 혼다 게이스케는 니시노 아키라 감독 체제에서 줄곧 선발로 출격했다. 이 경기를 통해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혼다 딜레마'에 빠지는 듯했다. 그러나 오히려 선발과 조커의 퍼즐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일본은 콜롬비아와의 러시아월드컵 1차전에서 가가와 신지를 선발, 혼다 게이스케를 조커로 투입했다. 가가와 신지는 상대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혼다 게이스케는 후반 교체투입돼 날카로운 킥으로 오사코 유야의 결승골에 힘을 보탰다.


장점 살리고, 경험-베테랑의 힘 더했다

일본과 콜롬비아는 2연속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충돌했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콜롬비아가 4대1 완승을 거뒀다. 일본은 설욕을 다짐했다. 가가와 신지는 경기를 앞두고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시의 아픈 경험은 리턴 매치에서 약이 됐다. 가가와 신지를 비롯해 혼다 게이스케, 오사코 유야 등 4년 전 쓰라린 기억을 공유한 경험자들이 팀 승리에 앞장섰다. 이들은 일본 특유의 짧은 패스 축구를 구현해 경기를 풀어냈다.

사실 이들 중 일부는 대회 전까지만 해도 '아저씨 재판'으로 불리며 비판 받았다. 이번 대표팀은 일본 월드컵 역사상 최고령 멤버로 구성됐다. 최종명단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평균 나이 만 28.17세, 30대 선수도 7명이었다. 하지만 베테랑은 베테랑이었다. 가가와 신지, 혼다 게이스케 등은 콜롬비아와의 첫 판에서 승리를 합작하며 4년 전 아픔을 설욕했다. 동시에 월드컵에서 남미 국가를 꺾는 첫 번째 기록을 쓰는데 성공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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