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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은 실패였다. '1승 제물'로 삼아야 했던 스웨덴에 패했다. 선수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대답이 횡설수설했다. 팬들은 신태용호에 질타를 가하고 있다. 단지 패배해서가 아니다. 스웨덴도 수준 이하의 경기력을 드러냈는데 한국의 경기력은 그 이하였다.
그래서 신 감독은 지난달 21일 러시아월드컵 준비를 위해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첫 소집한 뒤 수비조직력 훈련에 매진했다. '캡틴' 기성용을 '포어 리베로'로 활용, 스리백 카드도 내밀어보고 플랜 A였던 포백도 점검했다. 결국 신 감독의 선택은 포백이었다.
스웨덴이 좋은 피지컬을 활용해 파워플레이를 펼친 탓에 문전에서 다소 위험한 장면도 연출됐지만 실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너무 수비라인을 내려만 선 것 아니냐"는 비판어린 시각이 있지만 신태용호가 어디에 포인트를 맞추고 스웨덴을 상대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수비는 조직적으로 잘 다듬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포백을 유지하되 수비 시에는 원 볼란치(한 명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까지 내려와 파이브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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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은 "스웨덴전을 바라보면서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치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커버 플레이였다. 센터백이 뜨면 그 뒤로 커버에 중점을 뒀다. 그래도 잘 이뤄져서 큰 위기 없이 버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적인 의식이 좋았다. 필드 골이 나오지 않았다. 커버 플레이가 잘 맞아 선수들이 잘 버텨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죽기 살기로 하자'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답답함이 가중됐던 건 역습이었다. 어차피 수비라인을 극도로 내렸기 때문에 역습밖에 할 수 없던 상황임에도 속도와 정확성이 너무 떨어졌다. 패턴과 전략이 부족했다. 역습은 세트피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패턴이 없어도 골을 넣을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다만 확실한 한 가지 패턴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상대 수비수의 성향을 파악해 의표를 찌르는 것이 중요하다. 역습은 기동력을 생명으로 하는 공격형태이기 때문에 발이 느린 수비수 쪽을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신태용호 공격수들은 패턴 부족에다 이미 스웨덴의 주장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가 발이 느리다는 것을 알면서도 활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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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 시 손흥민 활용법도 좋지 않았다. 주력이 좋은 손흥민도 수비까지 가담했다가 60m 이상을 홀로 드리블한 뒤 슈팅을 때리기에는 체력적으로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역습 시 황희찬과 이재성의 공격가담 속도도 느려 수적 우위를 점한 장면은 한 차례밖에 없었다.
역시 역습의 모범답안은 2차전 상대 멕시코다. 그들이 독일을 잡은 역습의 속도와 패턴, 정확성을 참고해야 한다. 당시에도 멕시코는 대놓고 역습 전략을 폈다. 그러나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독일이 막아내지 못했다. 최전방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확실한 포스트 플레이를 해주고 양쪽 측면에서 이르빙 로사노와 미겔 라윤 그리고 중원에서 카를로스 벨라, 엑토르 에레라, 안드레스 과르다도까지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파고든다. 수적으로 우세하게 되면 역습 성공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멕시코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상대지만 좋은 참고서 같은 팀이기도 하다. 모스크바(러시아)=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