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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결과론적이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가장 아쉬움은 수비에서 공격 전환 후 파괴력이었다. 우리는 이겨야 했다. 득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상대 약점 공략이 승리를 위한 키 포인트다. 상대의 센터백들은 190cm가 넘는 거구들이지만 발이 느리다. 이 부분을 파고들려면 손흥민, 황희찬이 센터포워드로 배치되었을 때 더 효율적이었을 수도 있다. 이들이 최전방에서 압박하면 상대 수비진은 역습 위협으로 전진에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 수비진이 받는 부담과 체력소모를 아낄 수 있었다.
너무 부담을 가졌거나, 생각이 많았던 건 아닐까. 상대를 예상치 못했던 전술로 무너뜨리는 것도 분명히 좋은 생각이다. 다만 4-3-3 포메이션으로 손흥민-김신욱-황희찬의 조합은 A매치에서 보기 드물었다. 전방압박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표팀이 평가전 때 가장 잘 보여준 부분이었기에 더 아쉬웠다. 멕시코도 분명 독일 보다 개개인 전력은 떨어지고, 역습을 위하여 수비를 내려설 때도 전방압박을 상황별로 시도했다. 결과는 1대0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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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팀 데이터에 의하면 공격 전환 후 어태킹써드(그라운드 1/3 공격 지역)를 향한 패스 투입이 총 5개뿐이었다. 그중 단 3개만이 차단되지 않고 공격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이 평가전에서 공격전환이 다소 부진하다고 평가될 때도 15개 전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그보다 10개가 줄었다. 여기에 디펜딩써드(그라운드 1/3 수비지역)에서 세컨볼 경쟁률은 더욱 문제였다. 6개를 획득했고, 9개를 빼앗겼다. 디펜딩써드에서 세컨드볼을 뺏기면 곧바로 위험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운 결과다.
어쨌든 첫 경기는 끝났다. 16강 진출을 위해선 더 강팀인 멕시코와 독일을 꺾어야 한다. 축구는 늘 결과론적이어서, 오히려 다음 상대팀들을 상대론 스웨덴전의 전략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남은 두 경기도 전적으로 믿고 힘을 보태야 한다. 전술적인 평가와 아이디어 제의는 지켜보는 우리의 몫이다. 최선을 다하여 남은 준비 과정을 모두 쏟아주길 바란다. 4년에 한 번 뿐인 월드컵은, 모두의 아쉬움을 배로 남기기 때문이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