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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잘할 수 있는 걸 했다면' 스웨덴 전의 아쉬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6-19 12:20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0-1로 패한 기성용, 정우영 등 선수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결과론적이지만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이 18일(한국시각) 2018년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대1 패배했다. 승리를 위해서 다양한 준비를 했다. 베일에 감춰뒀던 스웨덴전은 4-3-3 포메이션으로 수비에 무게를 두고 역습을 노렸다. 원톱 김신욱과 좌우 측면에 손흥민-황희찬, 중원에 구자철 등이 선발 포인트였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와 축구학과 분석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남은, 전술 포인트들을 정리했다.

대표팀은 4-1-4-1로 수비조직을 만들었다.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고 손흥민, 황희찬이 측면에서 아래 쪽 깊이 내려섰다. 김신욱까지 하프라인 밑에서 대기했다. 우리 진영의 디펜딩써드(그라운드 1/3 수비 지역)에 상대가 접근했을 때 팀 단위의 압박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는 상대의 주도로 흘러갔다.

가장 아쉬움은 수비에서 공격 전환 후 파괴력이었다. 우리는 이겨야 했다. 득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상대 약점 공략이 승리를 위한 키 포인트다. 상대의 센터백들은 190cm가 넘는 거구들이지만 발이 느리다. 이 부분을 파고들려면 손흥민, 황희찬이 센터포워드로 배치되었을 때 더 효율적이었을 수도 있다. 이들이 최전방에서 압박하면 상대 수비진은 역습 위협으로 전진에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 수비진이 받는 부담과 체력소모를 아낄 수 있었다.

너무 부담을 가졌거나, 생각이 많았던 건 아닐까. 상대를 예상치 못했던 전술로 무너뜨리는 것도 분명히 좋은 생각이다. 다만 4-3-3 포메이션으로 손흥민-김신욱-황희찬의 조합은 A매치에서 보기 드물었다. 전방압박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표팀이 평가전 때 가장 잘 보여준 부분이었기에 더 아쉬웠다. 멕시코도 분명 독일 보다 개개인 전력은 떨어지고, 역습을 위하여 수비를 내려설 때도 전방압박을 상황별로 시도했다. 결과는 1대0 승리였다.


사진제공=JPD 빅데이터
손흥민, 황희찬의 장점을 우선적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기 위해선 공간을 향한 침투 패스가 절실했다. 그러나 전반 33분 손흥민은 40~50m를 홀로 측면에서 전력 질주해야 했다. 그 지역이 측면이 아닌, 상대의 중앙을 관통할 수 있었다면, 더 빠른 역습이 가능한 동료가 근처에 있었다면 위협적인 장면이 보다 많아졌을 것이다.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를 후반 27분부터 20분밖에 투톱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준비된 전략이고, 결과론적이지만, 전반부터 이어진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분석팀 데이터에 의하면 공격 전환 후 어태킹써드(그라운드 1/3 공격 지역)를 향한 패스 투입이 총 5개뿐이었다. 그중 단 3개만이 차단되지 않고 공격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이 평가전에서 공격전환이 다소 부진하다고 평가될 때도 15개 전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그보다 10개가 줄었다. 여기에 디펜딩써드(그라운드 1/3 수비지역)에서 세컨볼 경쟁률은 더욱 문제였다. 6개를 획득했고, 9개를 빼앗겼다. 디펜딩써드에서 세컨드볼을 뺏기면 곧바로 위험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운 결과다.

어쨌든 첫 경기는 끝났다. 16강 진출을 위해선 더 강팀인 멕시코와 독일을 꺾어야 한다. 축구는 늘 결과론적이어서, 오히려 다음 상대팀들을 상대론 스웨덴전의 전략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남은 두 경기도 전적으로 믿고 힘을 보태야 한다. 전술적인 평가와 아이디어 제의는 지켜보는 우리의 몫이다. 최선을 다하여 남은 준비 과정을 모두 쏟아주길 바란다. 4년에 한 번 뿐인 월드컵은, 모두의 아쉬움을 배로 남기기 때문이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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