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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인터뷰]'원톱'정설빈"베트남전 우리것에 집중!진인사대천명"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13 18:30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

'윤덕여호의 원톱' 정설빈(28·현대제철)이 13일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베트남과의 최종전(오후 10시45분, 암만 킹압둘라Ⅱ스타디움)을 앞두고 공격수로서 다득점을 향한 '진인사대천명'의 각오를 밝혔다.

윤덕여호의 원톱, '무회전 프리킥'의 달인

정설빈은 윤덕여 감독이 부임 이후 유영아와 함께 가장 믿고 써온 '베테랑' 원톱 자원이다. 강호 호주, 일본과의 1-2차전에서도 정설빈은 4-1-4-1 포지션의 원톱으로 섰다. 특유의 빠른 발로 박스안에서 후배 이금민, 이민아, 지소연과 발맞춰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아쉽게 골맛은 보지 못했다. "감독님이 늘 믿고 써주시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못넣은 아쉬움이 크다. 호주, 일본전에서 우리 수비가 정말 잘 막아줬다. 한골만 넣었으면 더 좋은 결과를 갖고 왔을 텐데 공격수로서 미안함이 있다." 일본전, 비록 득점없이 비겼지만 대등한 경기력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정설빈은 "10년전과 비교해보면 기술적으로 기량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확실히 좋아졌다. 중국, 일본과의 격차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일본과 기량차가 났다면 '비겨도 잘했어' 했을 텐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쳐서 아쉬움이 너무 컸다. 일본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도 있고, 우리 수비가 좋아진 면도 있다. 골을 절대로 안먹겠다는 자세로, 똘똘 뭉쳤다. 응집력이 더 생겼다."

정설빈은 남다른 재능으로 만 17세 되던 고등학교 2학년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후배' 지소연과 2006년 10월 30일 피스퀸컵 캐나다전(1대3패)에서 한날한시에 데뷔전을 치렀다. "그땐 서른 살 넘는 언니들과 함께 뛰었다. 소연이와 나는 막내여서 소집 때마다 조용히 있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설빈은 70경기에서 20골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현장에서 그녀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자축구를 아는 이들은 '정설빈' 하면 '무회전 프리킥'을 떠올린다.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 북한전(1대2패)에서 '호날두 빙의'무회전 프리킥은 통렬했다. 타고난 발목힘, 부단한 연습이 절대적이다. 웬만한 남자선수도 하기 힘든 무회전 프리킥 골은 다시 봐도 명불허전이다. "지금도 연습을 많이 한다"고 했다. 지난해 4월 평양 아시안컵 예선 직전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지난해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다. 수술 이야기도 나왔지만 부단한 재활로 컨디션을 되찾았다. "킥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지금도 매일 한두 개 씩 차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전, 평소 하던 대로 쉽게쉽게 다득점!"

베트남전은 절대적으로 골이 필요한 경기다. 원톱으로서의 책임감도 남다르다. "누구나 알듯이 골을 넣어야 한다. 일본의 4골을 넘어 5골 이상 넣어야 한다"고 했다. "경우의 수를 따지기는 싫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호주든 일본이든 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그쪽이다. 우리는 우리 것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설빈은 2006년 이후 수많은 기회와 위기를 경험해온 윤덕여호 최고 베테랑이다. 인천아시안게임 3-4위전 베트남전에서도 골맛을 보며 3대0 승리를 이끈 정설빈의 베트남전 작전은 '하던 대로'다. "너무 급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골 욕심을 가지면 더 안될 때가 있다. 경기 자체가 말릴 수도 있다. 쉽게 쉽게, 우리가 평소 하던 대로 욕심을 버리고 성실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찬스가 많이 날 것이라고 믿는다" 1년전 평양에서 북한과 비긴 후 홍콩, 우즈벡에 잇달아 대승하며 '골득실' 조1위로 요르단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기억을 떠올렸다. "강박관념 없이 자연스럽게 했기 때문에 다득점을 했다. 그때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거의 다 있다. 그때처럼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번 대회 한국은 호주, 일본과의 2경기에서 지지 않는 정신력과 밀리지 않는 체력으로 무실점, 무패를 달렸다. 정설빈은 협회와 스태프들의 아낌없는 지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우정하 피지컬 코치님이 오신 후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체력적으로 확실히 달라졌다. 파주NFC의 윤흥진 셰프님이 오셔서 매일 한식과 운동에 필요한 식단을 챙겨주시니 정말 힘이 난다"고 했다. "예전에는 한경기만 뛰어도 온몸이 아팠는데, 지금은 두 경기를 죽어라 뛰었는데도 그때만큼 힘들지 않다.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한체대 대학원 스포츠심리학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중인 정설빈과 윤덕여호 멘탈코치이자 정설빈의 지도교수인 윤영길 한체대 교수가 암만 훈련장에서 손하트를 그리며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심리학도' 공부하는 축구선수

정설빈은 공부하는 축구선수다. 현대제철에서 선수로 뛰면서 틈틈이 공부를 병행해왔다. 한양여대 졸업 후 명지대 체육학과에 편입했다. 2년전 한체대 스포츠심리학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2014년부터 윤덕여호에서 멘탈코치로 일해온 윤영길 한체대 교수가 그녀의 멘토이자 지도교수다. "선수 은퇴 이후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어서 공부에 도전했다. 현역 선수로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다. 공부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석사과정은 수료했는데 논문을 아직 쓰지 못하고 있다. 윤 교수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정설빈은 여자축구선수들의 심리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직접 뛰고 가장 잘 아는 여자축구에 대한 자료를 남기는 것은 의미 있다. 내가 경험한 사례들을 선수들과 공유하고, 내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 여자축구에 도움이 되는 길을 열어가고 싶다"고 했다.

정설빈은 두번째 월드컵을 향한 또렷한 기대도 드러냈다. 3년전 캐나다 첫 월드컵 무대, 수만 명 관중앞에서 매 경기 긴장했다. 프랑스와의 16강에선 세계의 벽을 실감한 채 완패했다. 두번째는 달라야 한다. 정설빈은 "첫 월드컵에서 엄청난 자극을 받았다. 우물안 개구리였다. 적어도 3년전처럼 떨지는 않을 것이다. 경험한 것, 노력한 것이 있으니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선수등록인구 4만5000명의 일본과 1600명의 한국이 맞서 대등한 경기를 한다는 것, 2회 연속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자부심을 표했다.

정설빈의 이번 대회 목표는 '3위 이상'이다. "10년전 언니들이 우리를 위해 헌신했듯이 이제 우리가 후배들을 위해 헌신한다. (장)창이가 '언니, 우리 3위 이상 꼭 해야 돼요' 하더라. 1~3위는 다음 아시안컵 예선을 치르지 않는다. 우리가 작년에 겪은 북한전 등 그 힘든 길을 우리 후배들이 다시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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