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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던 전북 수비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A매치 휴식기 이후 전북은 좀처럼 골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치른 상주전에선 유럽 원정 2연전에 차출됐던 7명 중 수비수 김민재와 이 용만 선발 출전시키고 이재성은 후반 교체 출전시켰다. 홍정호 김신욱 최철순은 아예 명단에서도 빠졌다.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 무실점 경기는 반갑기만 하다. 올 시즌 한 번도 같은 수비라인이 형성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 이후에는 강제적인 로테이션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공격진 말고도 수비진에도 스타들이 즐비해 김민재와 김진수를 붙박이로 두고 센터백과 우측 풀백은 계속해서 바꿔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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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칭찬해줘야 할 곳은 중앙 수비라인 홍정호-김민재다. 그 동안 둘은 개인 기량은 뛰어나지만 상호보완적인 모습에 약했다. 자신에게 오는 공은 잘 처리하지만 연계적인 플레이가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3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에선 커버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는 김민재가 비운 공간을 홍정호가 잘 메워줬다. 그렇게 둘은 '영혼의 짝'이 돼가고 있다.
무실점은 단지 수비라인만 칭찬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미드필더, 공격수들도 중원과 최전방에서 쉴새 없이 뛰어다니며 강한 압박을 해줬기 때문에 조금은 수월하게 수비수들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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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기반에는 '닥공(닥치고 공격)'을 빼놓을 수 없다. 축구는 무작정 라인을 내려 잠근다고 해서 잠기는 것이 아니다. 최 감독은 공격을 통한 수비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공간을 좁혀 수비를 했을 때보다 많이 뛰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배로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FC서울은 지난 1일 인천전(1대1 무)에서 선제골을 넣고 의도적으로 수비적으로 전술을 바꿨다가 결국 동점골을 얻어맞고 승점 3점을 날리기도 했다. 한 골을 넣으면 두 골을 넣어 상대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려는 전북과 대조되던 장면이었다.
상황은 아이러니컬하다. 포항전을 마친 전북은 9일 곧바로 창원으로 이동,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경남과의 결전을 준비한다. 그런데 수비의 핵 홍정호의 부상 가능성이 나타났다. 포항전에서 후반 27분 왼쪽 허벅지 뒷 근육을 만지면서 교체됐다. 홍정호는 전주로 내려가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홍정호마저 부상자 명단에 오를 경우 더블 스쿼드인 전북에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최대 고비를 앞둔 최 감독의 머리 속은 복잡해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