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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은 어느 조에요? 여기서 슈퍼매치 2라운드를 해야 하는데…."(황선홍 서울 감독)
두 감독은 맞대결을 하고 싶었지만, 작은 슈퍼매치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역시 숙명의 라이벌 답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10번 홀(파3)이었다. "길고 짧고, 잘 맞았다 안 맞았다. 리듬이 꽝이네요." 황 감독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심기일전 하려는 황 감독은 어프로치를 위해 티잉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황 감독이 떠난 자리에 서 감독이 나타났다. 골프채를 집어 든 서 감독은 앞서 황 감독이 티샷을 하면서 땅을 쳤다는 얘기를 듣고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티샷을 준비했다. 바로 그때, 10번 홀을 끝낸 황 감독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0번 홀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약 150m. 황 감독은 멀리서 서 감독을 지켜봤다.
모처럼 필드에서 기분 전환을 했다. 그러나 전날의 아쉬움은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었다. 황 감독은 "내가 죄인이다. 팬들께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 어렵다. 5월 5일에 다시 붙는데 그 때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 감독도 반전을 노래했다. 그는 "축구인 골프대회와 인연이 많다. 2년 전에 우승을 했는데 대회 직전 판정시비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 우승 후 잘 풀리면서 FA컵 우승까지 했다. 오늘도 기를 좀 받아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앞선 두 감독과는 달리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라운드에 나선 이가 있었다. 바로 김도훈 울산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8일 열린 K리그 5라운드에서 강원을 꺾고 올 시즌 첫 승리를 신고했다. 여기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조기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까지 달성했다. 승리의 기운을 이어간 김 감독은 4번 홀(220야드)에서 버디를 잡으며 상패로 비트코인을 받았다. '우와!' 주변에서 부러움 섞인 감탄사를 쏟아냈다. 비트코인을 손에 쥔 김 감독은 "더 이 악물고 해야 겠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사실 김 감독 역시 축구인 골프대회에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그는 "지난해 골프대회 우승하고, FA컵 우승을 했다. 올해는 김호곤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한 조에서 경기하는 만큼 기를 받아서 ACL 우승을 하고 싶다"고 웃었다. 김 감독의 기대 섞인 시선을 받은 김 전 부회장은 "열심히 기를 주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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