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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인터뷰]'88삼총사'조소현X전가을X김도연"8년전 호주전 승리의 기억"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06 05:59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이끌어온 88라인 최고참, 김도연 전가을 조소현이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호주와의 1차전 필승 각오를 다졌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우린 그런 사이죠."

윤덕여호의 중심, '88라인' 조소현(노르웨이 아발드네스) 전가을(화천KSPO) 김도연(현대제철)이 5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 숙소에서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1988년생 동기인 이들은 대학교 1학년 때인 2009년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지난 10년간 한국 여자축구를 위한 사명감 하나로 울고 웃으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다. 2010년 피스퀸컵 우승, 2010년 광저우-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2015년 캐나다월드컵 사상 첫 16강 등 찬란했던 순간마다 그녀들이 있었다. 열다섯에 만난 축구소녀들은 어느새 서른살 숙녀가 됐다. "코찔찔이 때부터 봤는데 서른까지 같이 공을 차고 있네요. 하하." '88라인 삼총사'는 어느덧 윤덕여호 최고참이다. 인생의 절반을 그라운드에서 함께 땀흘린 이들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새 역사를 쓸 요르단아시안컵, 어쩌면 함께하는 마지막 월드컵을 준비하는 이들의 각오는 결연하다.




8년전 호주와의 결승전, 승리의 기억

8일 첫경기 호주전, 역대 전적은 2승1무12패로 열세다. FIFA랭킹 6위, 호주를 마지막으로 꺾었던 2010년 10월 23일 피스퀸컵 결승전 현장의 환희를 이들은 몸으로 기억한다. 공격수 전가을과 수비수 김도연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가을은 쐐기골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센터백' 김도연은 몸 던져 호주 공격수들을 막아섰다. 수술 후 재활중이던 조소현은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친구들을 응원했다. 호주를 이기던 날의 비결을 묻자 김도연이 답했다. "지금도 뛰고 있는 11번 리사 드 반나가 그때도 뛰었어요. 수비를 한창 즐겁게 배울 때였는데 리사가 '횡'으로 엄청 빨리 뛰더라고요. 포백라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막 눌러줬던 기억이 나요. 골 결정력도 좋았죠. 나래, 가을이 골이 정말 멋있게 들어갔어요. 이번 대회 가을이 몸이 정말 좋아요. 그날처럼 가을이가 골을 넣어주면 좋겠어요."

지난해 호주 멜버른 빅토리에서 첫시즌을 소화하고 올해 2월 WK리그 화천KSPO 유니폼을 입은 전가을 역시 "호주만큼은 꼭 잡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호주의 여자축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리그 수준이 높아지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을 이긴 후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만약 우리가 호주를 잡는다면 2차전 일본전은 한결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시즌 노르웨이에 진출한 '캡틴' 조소현은 다시 '초심'이다. "노르웨이 새 리그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마음이다. 모든 것이 좋고, 새롭고, 재미있다. 구단 동료들이 빨리 좋은 소식 전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꼭 잘하고 돌아가고 싶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국 축구의 이미지가 더 좋아진다. 그래야 다른 친구들도 더 많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호주전 필승 결의로 불타오르는 '88삼총사'에게 FIFA랭킹에서도, 역대전적에서도 열세인 한국이 호주보다 나은 점을 물었다. "우리가 좀더 세밀하다. 전술적, 조직적인 면이 앞선다." 김도연이 진지하게 답했다. "야, 우리가 더 '동안' 아니냐?"라는 전가을의 농담 섞인 진담에 "맞아맞아!" 웃음이 터졌다. 전가을이 웃음기를 지우고 말했다. "지난 3주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준비를 잘했다. 훈련량을 100% 소화했다. 자부심을 느낀다." '캡틴' 조소현이 말했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이 있다. 결정적일 때, 해야할 때 반드시 해내는 힘, 우리에겐 그런 힘이 있다."



반드시 이겨야할 이유, 후배들의 '꽃길'


요르단여자아시안컵은 내년 프랑스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대회다. 아시아 8개국이 A-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조 1-2위가 준결승, 결승에 나선다. A조는 개최국 요르단, 중국, 태국, 필리핀, B조는 한국, 일본, 호주,베트남으로 편성됐다. 아시아 강호들이 집중된 B조는 죽음의 조다. '조2위'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5위 내에 들면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지만, 아시안컵을 월드컵의 중요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자존심을 건 축구전쟁에서 하나같이 4강 이상 성적을 목표 삼고 있다. 한국은 호주(8일 새벽2시), 일본(10일 밤 10시45분), 베트남(13일 밤 10시45분)과 차례로 맞붙는다. 호주, 일본을 상대로 1승1무 이상의 성적을 목표 삼았다. 베트남전 이전에 4강행, 월드컵 2회 연속 진출을 조기확정 짓겠다는 각오다.

이들은 후배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선배다. 캐나다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꿈꾸는 '88라인'이 이겨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김도연은 "3위안에 들어야 북한과 예선에서 또 안붙는다. 4년 후 우리 후배들은 우리처럼 고생하지 않게, '꽃길' 걷게 해줘야지" 했다. 아시안컵 1~3위는 차기 대회 자동출전권을 부여받는다. 지난해 4월, 평양 예선전, 북한을 상대로 '가시밭길'을 감당해야 했던 이유는 한국이 4년 전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배이자, 후배들에게 실력으로 밀리지 않는 선배다. "우리가 더 완벽하게 잘해야 후배들이 따라온다"고 믿는다. 그라운드 안팎 궂은 일에도 가장 먼저 나선다. '캡틴' 조소현이 미팅 때마다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내가 먼저 할게, 더 잘할게, 잘 따라와줘"다. 윤덕여 감독은 호주전을 앞두고 선수단 모두를 향해 세트피스에서 강한 몸싸움을 강조하고 있다. '순둥이' 감독님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고참들은 안다. "항상 그렇게 골을 먹은 적이 있으니까. 알가르베컵 때도 감독님이 프리킥 맨투맨을 강조했는데 골을 먹었잖아. '집중하라'고 일부러 더 강하게 말씀하시는 거야. 그만큼 이번 대회가 중요해. 제공권, 피지컬이 좋은 호주를 상대로 정말 강하게 해야 해"(김도연) "세트피스때 일본도 다 그렇게 해. 엄청 타이트하게 하잖아. 우리가 무조건 클리어링해야해."(조소현)

4년전부터 여자축구대표팀 멘탈코치로 일해온 윤영길 한체대 교수는 이들의 남다른 체력관리를 귀띔했다. "오전훈련이 없는 날, 호텔 헬스장에 가면 조소현, 김도연, 정설빈이 있다. 이렇게 스스로 체력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10년 넘게 한결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닐까."

호주전을 앞둔 '88라인 삼총사', 공격수 전가을, 미드필더 조소현, 수비수 김도연이 약속이라도 한듯 일사불란 '필승 어벤저스' 포즈를 취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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