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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아일랜드)=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역시 베테랑이었다. 염기훈(수원)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팀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퍼주는 큰 형. 바로 염기훈이 바라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염기훈을 만났다. 염기훈은 '협동심'부터 강조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했다. 큰 형으로서의 리더십이었다.
"나이가 많은 적든 대표팀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들어왔다. 그에 맞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제일 형으로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능력이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다. 다만 경기력 외의 부분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가지거나 경기가 잘 안됐을 때 느끼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경기에 나가기 전에 어떤 식으로 마음가짐을 가질 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롤모델도 있다. 역시 박지성과 이영표였다.
"신태용 감독님이 부임하고 대표팀에 승선한 뒤 지성이 형과 영표 형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형들이 지금 내 나이였을 때 내가 27, 28세였다. 어린 나이였다. 그 형들을 보면서 배웠다. 말도 하기는 했지만, 말보다는 행동으로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경기를 뛰다보면 허투루 뛰는게 아니었다. 경기 뛰고 나오면 유니폼이 제일 더러웠던 형들이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자랐다. 선배가 되면 저런 모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장 안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제 행동을 보고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큰 형으로서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크지 않을까. 염기훈은 이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된 대표팀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경기할 때 이제는 편하다. 어렸을 때는 대표팀에 오면 긴장되고 떨리고 그랬다. 그런데 이상하게 대표팀에 들어오면 이제는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나도 모르게 마음을 내려놓은 것 같다. 욕심은 크게 없다. 물론 대표 선수로서 어느정도의 부담을 가지고는 있다. 그래도 크게 욕심부리기보다는 팀적으로 얼마나 하나가 되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선수들도 신태용 감독님이 부임하고 난 뒤 희생하려고 하고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전 선수들이 그런 마음가짐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희생하려는 마음들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염기훈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피치로 달려갔다. 큰 형의 모습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