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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허스트파크(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이해할 수가 없다. 여전히 '희망고문'은 계속 되고 있다. 이럴 거면 왜 이청용을 붙잡았던 걸까.
한국 팬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이청용의 출전 여부였다. 이청용은 크리스탈팰리스에서 자리가 없었다. 지난해 연말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추가시간을 잠시 뛴 것이 마지막이었다. 맨시티전 이후 늘 교체명단에 이름은 올리지만 출전에는 실패했다. '희망고문'만 계속 이어졌다.
이청용은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일단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나가야 했다. 자신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시에 2018년 러시아월드컵 출전의 가능성을 이어 가기 위해 뛰기를 원했다. 해답은 임대 혹은 이적이었다. 이청용의 친정팀인 볼턴이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두번째 러브콜이었다. 볼턴은 2부리그 강등권 언저리에 있다. 2부리그 잔류를 위해 이청용을 원했다. 이청용의 임대는 성사 직전까지 갔다. 이청용 개인과의 협상은 물론이고, 양 팀 간의 의견도 조율됐다. 발표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던 31일, 로이 호지슨 크리스탈팰리스 감독이 이청용의 임대를 막았다. 공격수인 바카리 사코가 리그 경기 다치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호지슨 감독은 선수가 필요하다면서 이청용의 임대를 불허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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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시장 이후 맞이한 첫 경기에서 크리스탈팰리스는 뉴캐슬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경기 1시간 전 선발 명단이 발표됐다. 이청용은 여전히 후보 명단이었다. 한국 팬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바카리 사코의 빈자리는 카바예가 매웠다. 카바예가 중앙 미드필더, 맥아더가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하며, 그동안 윙으로 출전하던 자하가 센터 포워드에 이름을 올리는 형태였다. 이청용의 자리는 없었다.
전방의 투 톱은 빅&스몰 조합이었다. 벤테케가 공중 볼 경합을 펼쳐주고, 떨어지는 볼을 자하가 스피드와 개인기로 마무리하는 형태였다. 자하는 빠른 발로 역습을 이끌며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보여주었다. 위협적인 킬러 패스나 슈팅도 수 차례 보여주며 팀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임을 부각시켰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맥아더는 활발한 수비 가담과 함께, 중앙으로 이동하여 패싱 위주의 플레이를 차근차근 펼쳐 나갔다. 반면, 오른쪽 윙으로 선발 출전한 타운젠드는 비교적 잠잠했다. 빠른 발과 돌파로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스타일인 타운젠드는 이번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팰리스의 공격 전개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돌파 시도의 상당수가 뉴캐슬의 폴 듀멧에게 가로막혔다.
불운+호지슨의 고집
후반 10분, 크리스탈 팰리스는 밀리보예비치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어 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홈 팬들의 환호를 등에 업고 계속해서 활발한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 이청용은 후반 15분이 되어서야 몸을 풀러 피치 위로 올라갔지만, 5분만에 다시 벤치로 모습을 감췄다. 호지슨 감독의 눈은 경기장만을 향해 있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타운젠드가 볼을 잡는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팰리스의 후보 명단에 있는 선수들 중 그 누구도 몸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대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후반 35분이 지나가자 솔르로스와 이청용, 두 명만이 다시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1대1, 승리를 위해서는 골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호지슨 감독은 끝내 이청용을 외면했다. 이적생인 솔르로스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마지막 역전골을 위해 몰아 부치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 카드를 통해 활력을 불어 넣을 수도 있었지만, 호지슨 감독의 선택은 이전과 동일했다. 추가시간 4분마저 속절없이 흘러갔고, 경기는 그대로 무승부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팰리스는 이번 시즌 중 가장 힘든 4연전을 앞두고 있다. 에버튼, 토트넘, 맨유, 첼시를 연이어 만나는 죽음의 일정이다. 하지만, 현재 팰리스의 기세와 호지슨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을 고려한다면 이청용이 기용될 확률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도대체 이청용의 임대 이적을 저지한 호지슨 감독의 생각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