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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해가 밝았다.
러시아월드컵이 열리는 2018년이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신태용호가 보낸 5개월 간의 항해, 다사다난했다. 최종예선과 평가전의 잇단 부진으로 좌초 위기까지 몰렸지만 11월의 반격과 2017년 동아시안컵 한-일전 대승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던 '본선으로 가는 길'은 명확해졌다. 스웨덴과의 본선 조별리그 F조 첫 경기가 열리는 6월 18일(한국시각)까지 남은 168일, 신태용호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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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신태용호의 완성도는 70% 정도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주축 선수들 외에 이재성(전북 현대) 정우영(충칭 리판) 장현수(FC도쿄) 등 2017년 동아시안컵을 통해 시험대에 오른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자리를 잡고 있다. 김승규(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2파전 양상이었던 골키퍼 자리엔 조현우(대구)가 11월의 맹활약에 이어 동아시안컵 우승에 일조하면서 사실상 경쟁구도가 잡힌 상황이다.
신 감독이 주목하는 자리는 최전방과 측면 수비다. 11월 2연전에서 손흥민 시프트, 12월 동아시안컵에서는 김신욱(전북 현대)을 시험대에 올렸고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본선에서 활용할 B, C플랜을 위해 다른 유형의 공격 형태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프랑스 리그1에서 맹활약 중인 석현준(트루아)이 신 감독의 체크리스트에 올라 있다.
좌우 측면 수비 자리에는 김진수 최철순(이상 전북 현대) 김민우(상주) 고요한(FC서울)이 11월 A매치 2연전과 동아시안컵에서 중용되면서 '굳히기'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4명의 선수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강약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경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 감독 역시 수비라인에서의 취약점을 측면으로 진단하고 대안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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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손흥민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동안 A대표팀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11월 A매치 2연전 뒤 상승세가 눈에 띄고 있다. 최근 소속팀 토트넘에서 완벽한 활약 속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다.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 해결사는 손흥민이라는 안팎의 평과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남은 6개월 동안 신 감독은 손흥민의 활용도를 극대화 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2선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 뿐만 아니라 측면 윙어, 최전방까지 두루 소화 가능한 멀티 기질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주변 동료들의 움직임이나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A대표팀에서 부진했지만 토트넘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오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신 감독은 다가오는 A대표팀 동계 소집에서 손흥민 활용을 가정한 조합으로 실험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선 5차례 A매치에서 맹활약 했던 이재성 이근호 등이 역할을 부여 받을 유력한 후보다. 하지만 베테랑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이나 신태용호 합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백승호(지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의 활약상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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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경우의 수' 속에서도 한국이 F조 '최약체'라는 지적에는 변함이 없다. '디펜딩챔피언' 독일 뿐만 아니라 '아주리' 이탈리아를 울린 스웨덴이나 북중미 최강팀인 멕시코 모두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스웨덴과의 첫 경기를 잡으면 승산이 있다는 '희망론'이 있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나머지 팀들의 컨디션도 올라선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 어느때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해야 할 시기다.
신태용호의 정보전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본선 조추첨이 마무리 된 뒤부터 3개국의 경기 비디오를 수집하면서 전력 분석에 시동을 걸었다. 현장분석도 시작된다. 오는 7일과 1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에스토니아, 덴마크와 평가전에 나서는 스웨덴이 첫 타깃이다. 신태용호는 이후에도 3월 A매치 기간 동안 스웨덴, 멕시코, 독일이 평가전 일정에 맞춰 전력분석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신태용호의 필승도우미로 합류한 '스페인 듀오' 토니 그란데, 카를로스 미냐노 코치의 역할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대표팀, 레알 마드리드 등 굵직한 무대에서 오랜기간 경험을 쌓은 이들의 '인맥'도 3개국 분석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11월 2연전에서 무패를 기록할 당시 이들의 정보력이 큰 힘이 된 바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