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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손준호 이적 논란 본질, 돈과 관계에서 시작됐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12-31 10:43


포항 미드필더 손준호는 전북과 수원 두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스포츠조선

미드필더 손준호(25·포항 스틸러스) 이적 파동은 잠잠했던 K리그 겨울 스토브리그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전도유망한 손준호를 두고 빅클럽 전북 현대와 재도약을 노리는 수원 삼성이 싸우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그 사이에 원소속팀 포항, 그리고 두 명의 에이전트가 얽혀 있다.

먼저 전북 구단이 포항 구단과 손준호 이적 작업을 진행했다. 손준호는 2017년 K리그 클래식 도움왕으로 킥력이 좋은 자원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의 의무까지 해결했다. 전북이 에이전트 A에게 위임장을 주며 일을 맡겼다. 두 구단은 손준호 이적에 합의했고, 서면 합의서까지 주고 받았다. 이적료는 11억원(추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적 파동 이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확인한 사항이다. 구단 간 합의 이후 전북이 손준호 측과 연봉 및 기간 등 세부 계약 협상을 진행하면서 일이 꼬였다.

손준호 측 에이전트 B가 등장했다. 에이전트 B는 전북 구단과 거래가 거의 없었다. 전북 구단 한 관계자는 "우리가 에이전트 A와 거의 거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일하기 편한 B에게 맡긴 걸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을 좀더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마음이 상한 에이전트 B는 전북 구단에 손준호 계약기간으로 '1+1'을 요구했다. 전북 구단은 이적료 1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군문제가 해결된 손준호를 최소 1년 보유하는 조건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전북은 손준호 측과의 세부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선수 본인과의 접촉도 원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 삼성이 손준호 영입에 뛰어들었다. 에이전트 B가 포항과 수원 두 구단의 다리를 놓았다. 이적료는 전북이 제시한 금액과 다르지 않았고, 선수 세부 계약은 수원 쪽 조건이 더 유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손준호 이적 파동은 지난달 28일 스포츠조선의 단독 보도로 전모가 드러났다.

뒷통수를 맞은 전북 구단은 분쟁 조정 신청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수원 구단은 "우리가 일을 진행할 때 전북과 포항간 서면 계약서가 있다는 건 몰랐다.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포항 구단은 "손준호는 우리가 더이상 보유하기 힘든 선수다. 전북과 계약서를 쓴 게 맞다. 협상 과정에서 조금 이견이 있지만 잘 마무리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전북과 포항 구단의 합의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손준호와 포항의 계약은 1년 남았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아니다. 따라서 손준호는 포항 구단의 자산이다. 포항이 전북 구단과 이적에 합의했고, 또 '원소속팀(포항) 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경우 선수가 거부할 수 없다'는 프로축구연맹 선수 규정 제23조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원 구단이 지금 상황에서 손준호 이적을 더 진행시키기는 쉽지 않다. 분쟁 조정까지 가더라도 승산은 높지 않다. 결국 손준호 측과 전북 구단이 세부 협상을 다시 시작해서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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