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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사제(師弟) 김학범-김도훈 감독의 기구한 운명의 만남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10-08 18:08





이래서 인생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8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광주-울산전은 양팀 감독의 기구한 만남으로 대변됐다.

광주 김학범 감독(57)과 울산 김도훈 감독(47)은 사제지간이다. 김도훈 감독이 선수, 코치 시절 김학범 감독을 모시다가 2015년부터 인천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했다.

둘의 기구한 운명은 상·하위그룹을 결정하는 최종전 33라운드에서 시작됐다. 2년 전 제자 김도훈 감독이 성남을 이끌던 김학범 감독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같은 33라운드에서 스승의 벽은 역시 높았다. 김도훈 감독은 이날 1대1로 비기며 웃지 못했다.

2년 전과 현재가 교묘하게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2년 전 오열했던 김도훈

2015년 10월 4일 성남과 인천의 33라운드. 당시 인천은 '늑대축구'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그룹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미 상위그룹을 확정한 성남을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됐다. 하지만 골키퍼 조수혁이 부상으로 실려나간 불운 끝에 0대1로 패하면서 제주가 극적으로 상위그룹에 올랐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 도중 라커룸에서 울고 있던 선수들을 떠올리다가 그만 오열했다. '사나이 김도훈'의 눈물은 한동안 화제가 됐고, 김 감독의 사령탑 경험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됐다. 2016년 시즌 클래식에서 다시 경쟁한 두 감독은 상대 전적 1승1무1패로 호각세를 보인 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김도훈 감독이 시즌 도중이던 8월 31일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12일 뒤 김학범 감독도 같은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둘의 사령탑 운명 제1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처지가 뒤바뀐 오늘의 재회


두 감독의 사령탑 인연은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이 올해부터 울산 지휘봉을 잡아 승승장구하는 사이 야인이던 김학범 감독이 8월 중순 광주의 새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이날 33라운드에서 재대결이 성사된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김학범 감독은 2년 전 김도훈 감독과 마찬가지로 1승이 몹시 절박했다. 최하위 광주가 남은 스플릿라운드에서 실낱같은 탈꼴찌 희망을 살리기 위해서 뿐 아니라 광주 부임 이후 7경기 동안 3무4패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인정 사정은 없었다. 2년 전 김학범 감독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위해 인천을 상대로 모질게 이겼던 것처럼 울산도 필승의지로 나섰다.

가뜩이나 울산은 현재 선두 등극의 꿈을 꾸고 있다. 이런 김도훈 감독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있었다. 애제자 김인성이었다. 김인성은 2년 전 인천 소속으로, 원한의 성남전에서 김 감독과 함께 목놓아 울었던 에이스였다. 그런 그가 전반 8분 만에 재치있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광주 골키퍼 윤보상이 이한도의 백패스를 받아 컨트롤하는 사이 잽싸게 달려들어 가로채기를 한 뒤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다. 2년 전 눈물로 범벅이 됐던 김도훈 감독의 얼굴에도 비로소 웃음이 흘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25분 수비라인이 잠깐 방심하면서 광주 완델손을 놓쳤고 완델손은 이종민의 측면 크로스를 절묘한 헤딩슛으로 마무리했다. 2위 도약, 2년 전 설욕의 기회를 날려버린 아쉬운 순간이었다.
광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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