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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미드필더 김영욱(26)이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흘리로 전격 이적한다.
19일 전남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들은 "김영욱이 알 아흘리로 둥지를 옮긴다. 알 아인, 알 자지라와 함께 UAE리그 빅 3로 꼽히는 알 아흘리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아시아쿼터를 김영욱으로 낙점했다"고 귀뜸했다.
김영욱의 이적은 발 빠르게 진행됐다. 알 아흘리 측은 지난 14일 전남에 영입 제의를 했다. 48시간 안에 이적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했다. 한데 전남은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K리그 클래식에서 8위에 랭크돼 있는 전남(승점 32)은 7위 포항(승점 34), 9위 대구(승점 31), 10위 인천(승점 30), 11위 상주(승점 28)와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었기 때문에 핵심 자원인 김영욱을 내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 때 노상래 감독이 용단을 내렸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FA)으로 풀렸던 김영욱이 일본 J리그 영입 제안도 뿌리치고 잔류를 택한 희생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당시 전남과 2년 재계약한 김영욱은 언제든지 좋은 제안이 들어오면 바이아웃(이적 허용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노 감독은 구단을 설득해 거부할 수 없는 좋은 조건을 제시받은 김영욱의 생애 첫 해외진출의 길을 열어줬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알 아흘리는 50만달러(약 5억원·추정치) 정도의 바이아웃으로 김영욱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욱은 루마니아 출신의 코스민 올라로이우 감독이 원했던 최적의 선수였다. 활동량이 풍부한 미드필더를 원했던 올라로이우 감독은 전북 유스 출신이던 권경원(25)을 2015년에 영입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거둬 한국 선수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 권경원이 파비오 카나바로 감독이 이끄는 중국 톈진 취안젠으로 떠난 이후 아시아쿼터 자리를 비워놓았다.
전남 유스 출신인 김영욱은 2010년 프로에 데뷔, 이듬해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빠른 발을 가진 그는 왕성한 활동량과 남다른 축구센스, 무엇보다 날카로운 킥력을 갖춰 세트피스 상황에서 키커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커리어 하이(개인적으로 가장 잘했던 시즌)'를 찍기도 했다. 23경기에서 3골-7도움을 기록하면서 프로 8년 동안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2011년 20세 이하 대표이기도 했던 김영욱은 2014년 날개를 달았다. 병역 혜택을 받았다. 팀 동료 안용우 이종호와 함께 인천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돼 금메달을 일궈낸 뒤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병역을 한 방에 해결했다.
해외진출로 '버킷리스트'를 하나 지웠다. 'A대표 되기', '공격포인트 10개 올리기', '해외진출'을 목표로 삼았던 김영욱은 올해 두 가지를 달성했다. 이젠 알 아흘리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을 바라보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