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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허스트파크(영국 런던)=조성준 통신원]감독 경질의 효과는 없었다. 로이 호지슨 감독이 새로 부임했음에도, 크리스탈 팰리스는 리그 연패와 무득점 굴레를 탈출하지 못했다. 이청용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는 못했다.
호지슨이 가져온 변화는?
먼저 라인업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청용이 로프터스-치크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경기의 선발라인업과 동일했다. 하지만 포메이션을 기존의 4-3-3에서 4-4-1-1 형태로 변화했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제임스 펀천이 왼쪽 윙으로 자리를 옮기고, 로프터스-치크가 벤테케의 밑을 받치는 형태였다. 경기 스타일에서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완벽한 패싱 축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작하려는 모습이 비쳤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골키퍼가 중앙 수비에게 볼을 굴려주고, 미드필더를 거쳐 앞으로 전진하려는 형태를 띠었다. 롱 볼로 쉽게 볼을 잃기보다는, 중앙에서 맥아더나 카바예를 이용하여 볼을 점유하려고 노력했다.
골 결정력과 수비 불안
골 결정력도 여전히 문제였다. 이번 경기에서 크리스탈팰리스는 14개의 슈팅을 때렸다. 사우스햄턴(13개)보다 더 많은 슈팅을 때렸다. 어설프긴 했지만 이런 저런 공격시도가 슈팅까지 이루어졌다. 로프터스-치크의 당돌한 전진 본능도 팰리스의 공격에 한 몫을 했다. 실제로 전반 초반 벤테케는 완벽한 골 찬스를 가졌다. 로프터스-치크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찬스를 수 차례 가졌다.
하지만 모두 사우스햄턴 골키퍼 포스터의 손에 막혔다. 결국 단 한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살린 사우스햄턴이 경기에서 승리했다. 수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득점으로 연결하는 데에 실패하다 보니 승리를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주말 "이청용의 실수보다 골을 넣지 못한 실책이 더 크다"고 말한 주장 스콧 댄의 말에 더욱 힘이 실릴만한 이번 경기 내용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비 문제를 꼽지 않고 넘어갈 순 없다. 지난 시즌 후반, '잔류왕'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제일 먼저 내세운 최우선 과제는 바로 '수비 안정'이었다. 무엇보다 수비 라인을 구축하고 실점하지 않는 데에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실제로 부임 이후 차차 실점 수를 줄여나가더니, 무실점 승리를 거두는 데까지 이르러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지난 시즌과 같은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경기에서도 6분만에 실점하며 너무나 쉽게 경기 주도권을 내주었다. 또한 사우스햄튼의 공격이 생갭다 날카롭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몇몇의 수비수들로 인해 스스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된 경우도 있었다. 양쪽 풀백인 슐럽과 워드는 공격, 수비 양 측면에서 모두 애매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잔류의 일등 공신인 마마두 사코가 돌아오면 좀 달라지긴 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까지 팰리스의 수비는 불안함은 팀 전체를 흔들어 놓고있다.
그렇다면 이청용의 입지는?
호지슨 감독이 보다 창조적인 축구를 시도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크리스탈 팰리스가 정통 영국 축구의 패턴에서 벗어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테크니션 쪽에 속하는 이청용이 윙의 한 자리를 차지 하기에는 많은 경쟁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속하긴 했지만 끝내 교체카드로는 선택되지 않았다는 점, 자하가 곧 부상에서 돌아온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청용의 경쟁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경기 직후 경기장에서 있었던 패스 게임 훈련이 이청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본다면 이청용이 팀 스쿼드에서 전혀 배제되었다고 볼 순 없다. 따라서 이청용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밝힌 이야기처럼 컵대회나 교체 등으로 찾아오는 작은 기회들에서 자신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