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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예선 때만 해도 한국 축구엔 꽃길만 펼쳐질 것처럼 보였다.
8전 전승, 무실점의 기세는 대단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중국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한껏 고무된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에 대한 찬사가 마르지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이름에 빗대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10월 2연전에서 슈틸리케호는 격랑을 만났다. 안방에서 치른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3차전에서 부진한 경기 끝에 3대2로 신승을 거뒀다. 이 경기 뒤 슈틸리케 감독이 일부 선수들을 지적하며 '선수탓을 한다'는 논란이 빚어졌다. 급기야 필승을 다짐하며 나선 이란 원정에서 유효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0대1로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겐 세바스티안 소리아(카타르 공격수) 같은 선수가 없어 패했다"고 말해 비난의 중심에 섰다. 슈틸리케 감독에 지지를 보내던 팬들도 '슈팅영개'라는 굴욕적 낙인을 찍으며 등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이 재신임 의사를 표시하면서 슈틸리케호 체제는 이어졌다.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서도 전술 및 선수 기용 논란이 이어지면서 슈틸리케호는 또 다시 흔들렸다.
반환점을 돈 슈틸리케 감독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팀 운영을 전면에 내걸고 3월 원정에 나섰지만 마르셀로 리피 감독 체제 하에 와신상담한 중국에 0대1로 패했다. 안방으로 돌아와 치른 시리아전에서 1대0으로 이겼지만 슈틸리케호를 향한 비난은 멈출줄 몰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6월 카타르전을 앞두고 이라크와 평가전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결과는 0대0 무승부였다. 이어진 카타르 원정에서 또 다시 졸전을 펼친 끝에 2대3으로 패하자 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 경질을 결정했다. 기술위가 김호곤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여러 국내 지도자들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결론은 신태용 감독이었다. 한때 슈틸리케호 코치를 맡았던 터라 A대표팀 내부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고, K리그와 올림픽대표팀,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경험을 쌓은 그가 적임자라는 판단이었다.
신 감독은 선임 후 적극적으로 K리그 현장을 돌면서 옥석을 가렸다. K리그엔 조기소집을 읍소하기도 했다. 이런 전방위적 행보 끝에 K리거와 유럽파가 조화된 새 체제가 출범했다. 신태용호는 이란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 끝에 무승부에 그치면서 우려를 자아냈으나 우즈벡 원정에서 다시 승점 1을 추가하는데 성공하면서 결국 본선행을 완성했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