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사비' 백승호(20)가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스페인 내 이적이었다. 행선지는 지로나FC로 알려졌다.
백승호의 이적은 기정사실이었다. 지난 6월 말 바르셀로나 B(2군)가 세군다 디비전(2부 리그)으로 승격하면서 비유럽 출신 선수를 두 명밖에 출전시키지 못하는 규정에 사로잡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을 마친 뒤 재활을 몰두했던 백승호는 6월 말 스페인으로 건너가 7월 중순 바르셀로나 B 프리시즌에 소집됐지만 이미 구단과는 다른 팀을 알아보기로 합의됐다.
그런데 이적에 걸림돌이 발생했다. 바르셀로나 측은 계약 연장 후 임대 이적을 원했다. 또 새 둥지도 셀타 비고, 마요르카, 코르도바 등 구단의 제안에 따르길 원했다. 이에 대해 백승호 측은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승호에게 가장 절실했던 건 출전시간이었다. 클럽의 이름 값은 중요하지 않았다. 프리시즌에서 끌어올린 몸 상태를 경기를 뛰면서 유지할 수 있는 팀을 물색했다. 그러면서 적응 변수가 큰 타 리그 이적보다는 스페인 내 이적을 더 우선 순위에 두게 됐다. 그리고 이미 스페인 현지 매체에 의해 보도가 된 바 있는 지로나 2군행을 택했다.
그 사이 바르셀로나 측과 이적 형태를 두고 결론이 났다. 이적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단 이적할 팀에서 백승호의 이적료를 지불해야 했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B 소속이라 최소 바이아웃이 1200만유로(약 16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FIFA 징계로 3년여간 경기를 뛰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도 U-20 월드컵 출전으로 후베닐 A(18세 이하) 경기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선수에게 1200만유로를 주고 데려갈 팀은 없었다. 이 부분도 협상을 통해 확 낮춘 것이 지로나로 이적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백승호는 경기감각을 최고로 끌어올릴 경우 지로나의 1군 호출도 받을 수 있다. 꿈에 그리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거로 탄생할 수 있게 된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스페인 1부 리그를 누빌 기회는 없어졌지만 자신에 맞는 옷을 입고 제대로 비상할 시간이 주어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