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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K리그 대상 시상식 MVP 후보로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동국-염기훈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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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200골보다 (염)기훈이가 100도움을 먼저 할 것같다. 기훈이가 나보다 축구를 더 잘한다. 하하."
'영원한 라이언킹' 이동국(38·전북)은 염기훈(34·수원)의 100도움 신기록과 자신의 200골 신기록중 어느 것이 먼저 나올 것같냐는 우문에 이렇게 유쾌하게 답했다. "기훈이가 나보다 축구를 더 잘한다", 후배 염기훈을 위로 올리는, 기분좋은 칭찬은 오히려 선배 이동국을 더욱 빛나게 했다. '리그 19년차, 현역 레전드 공격수' 이동국의 품격을 보여주는 한마디다. K리그 베테랑 동료로서 올시즌 함께하는 도전을 즐기고 있다.
이동국은 현재 454경기에서 '195골 68도움'을 기록중이다. 염기훈은 295경기에서 '59골 95도움'을 기록중이다. 이동국은 전인미답의 200호골 기록에 5골이 남았고, 염기훈은 전무후무한 100호 도움 기록까지 5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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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시안컵 A대표팀 단체사진. 10년전과 똑같이, 세월을 거스르는 활약으로 K리그 그라운드를 호령하고 있는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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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MVP 후보에 오른 이동국-염기훈-김신욱.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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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200골 기록을 노리는 이동국은 광주전(3대1승)에서 후반 40분 이승기의 쐐기골을 도우며 '도움'을 추가했고, 100도움 기록을 노리는 염기훈은 전남전(4대1승)에서 전반 43분 프리킥 '골'을 넣었다. 그러자 또다른 진기록이 화두가 됐다. '59골'의 도움왕 염기훈은 60-60 클럽(60골, 60도움)에 1골을 남겨뒀다. '68도움'의 골잡이 이동국은 70-70 클럽에 2도움을 남겨뒀다. 24일 K리그 23라운드, 서울-전북전과 수원-상주전의 특별한 관전포인트다.
이동국은 올시즌 15경기(4경기 선발, 523분)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김신욱, 에두와의 '원톱 로테이션'으로 인한 절대적 출전시간 부족, 그럼에도 불평하는 법이 없다. 매번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낸다. 한달반만에 선발 출전한 포항전에서 2골을 넣었고 4경기만에 선발로 나선 상주전, 광주전에서 연속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동국은 (한국나이로) 서른아홉살이 맞나 싶다. 상주전 전반전 모든 공을 연결했다. 허튼 동작,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몸싸움도 강하게 붙어주고, 수비 등지고 다 연결하고…, 포항전에선 2골을 넣고… 어찌 보면 말도 안된다"며 극찬했다. 최 감독의 고민은 이 지점에 있다. "70-70, 200골 다 한국 축구나 개인에게 중요한 기록인데… 계속 내보내야 하는데, 미팅 때 미안해서 눈도 못 맞출 지경"이라고 했다. 염기훈은 22경기(18경기 선발, 1718분)에서 4골 7도움을 기록중이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매경기 선발기회를 보장받고, '물 오른 득점선두' 조나탄과 함께 뛰는 염기훈의 기록 달성이 빠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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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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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이든, K리그 팬들로서는 다시 못올 행운이다. 한시즌에 '60-60클럽' K리그 역대 최고의 공격 달인 2명을 한꺼번에 보는 특별한 행복을 누리게 됐다. 1983년 K리그 출범 이래 지난 34년간 그라운드를 누빈 수많은 K리거 중 60-60클럽 가입자는 신태용(현 A대표팀 감독, 성남, 401경기 99골68도움), 에닝요(전북, 231경기 81골66도움) 몰리나(서울, 209경기 68골 69도움), 이동국(전북, 195골 68도움) 등 4명뿐이다. 이 가운데 유일한 '현역 레전드' 이동국이 내로라하는 선배들도 오르지 못한, K리그 최초의 70-70 클럽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염기훈은 5번째 60-60 클럽 가입이 임박했다. 골도 넣고, 도움도 하는 특별한 재능에 체력, 성실성을 모두 갖춘 '전천후 공격수'들만이 오를 수 있는 '명예의 전당'이다.
이동국은 올시즌 염기훈과 나란히 기록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염)기훈이의 기록 도전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K리그 베테랑들이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선배로서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록 달성은) 누가 먼저 해도 좋다. K리그 흥행과 팬들을 위해 한 시즌에 큰 기록들이 많이 나오면 좋을 것같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기록보다 팀, 팬, 리그 전체를 먼저 생각했다. "70-70 기록은 아무도 밟지 않은 땅처럼 대단한 기록이다. 당연히 목표로 삼고 있지만 경기장에 나설 때 기록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록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은 팀 플레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동료선수들과 팀을 위해서 뛰다 보면 공격 포인트와 기록은 90분 후에 남겨져 있을 것"이라는 프로다운 생각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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