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랜만에 만난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털보 영감'이 돼 가고 있었다. "우리 팀이 이길 때까지 안 깎아 볼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 단장을 만났던 9일 광주는 FC서울을 3대2로 제압,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에서 무려 10경기 만에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서울전 승리는 2269일 만이었다.
그는 "우리 며느리가 저한테 잘 한다. 자주 메시지도 보내준다"고 했다.
그런 기 단장은 2015년 광주 단장을 맡았다. 2015시즌(10위)과 2016시즌(8위) 두 시즌 연속 K리그 클래식에 잔류했다. 지난해에는 정조국(당시 광주, 현 강원)을 정규리그 MVP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 단장은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정말 힘들 때는 내가 뭐 때문에 이러고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도 일하지 말고 놀라고 한다"고 푸념했다.
기 단장은 연봉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활동비는 있다. 그는 "사장님도 연봉 없다. 둘이 안 받으면 기본 3~4억원을 아낄 수 있다. 우리 구단 예산이 얼마 안 된다. 우리 광주광역시를 대표해서 죽기살기로 뛰는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잘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
광주 구단의 한해 예산은 100억원이 채 안 된다. 약 90억원 정도로 한 시즌을 살아가고 있다. 클래식 12팀(군팀 상주 제외) 중 예산이 가장 적다. 비슷한 시도민 팀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보다 적다. 인천과 대구는 예산이 100억원 보다 많다.
기 단장은 "우리나라 축구 시장 상황에서 시도민구단은 긴축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연고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 외에 우리가 자체적으로 돈을 벌기가 어렵다. 결국 좋은 선수를 발굴해서 키워서 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연봉 선수를 오래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조국(강원) 김호남(상주, 원소속팀 제주) 이찬동(제주) 등이 광주에서 빛을 발한 후 이적했다. 기 단장은 "우리는 작년에 정조국에게 연봉 2억원을 투자했다. 득점왕에다 MVP가 된 정조국의 연봉은 큰폭으로 올라가는게 당연했다. 그러나 우리 팀은 그 연봉을 맞춰줄 수가 없다.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나는게 맞다. 정조국은 우리에게 이적료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수 선수의 유출은 광주의 팀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올해 광주의 득점력은 최하위다. 18경기에서 15득점으로 경기당 평균 1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구단 살림살이를 위해선 '선수 장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면서도 경기력을 유지해야 클래식(1부)에 잔류할 수 있다. 챌린지(2부)로 강등될 경우 그 후폭풍은 예상 불가다.
기 단장은 팀 공격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브라질 출신 완델손에 이어 북아일랜드 국가대표 니얼 맥긴을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했다. 공격수 맥긴에겐 1부 잔류라는 임무가 맡겨진 셈이다. 광주는 K리그 적응 여부와 시즌 최종 성적에 따라 맥긴의 거취를 새로 정할 가능성이 높다.
기 단장은 "내가 단장을 맡고부터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참 많이 한다. 부탁을 입에 달고 산다. 축구로 받은 사랑을 광주시민들과 축구팬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광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