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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사이의 악몽' 제주, 성장통 넘어야 더 커진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6-12 20:08



불과 열흘 사이의 일이다.

제주는 K리그에서 유일하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 진출했고, 리그에서는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가장 큰 걸림돌인 전북과 서울이 탈락한 FA컵도 가시권에 있었다. 성공적인 선수 영입에 화려한 공격축구까지. 제주의 행보에 찬사가 쏟아졌다. 그야말로 장미빛 질주였다.

그랬던 제주의 길이 열흘 만에 흙빛으로 바뀌었다. 다 잡은 듯 보였던 ACL 8강행은 좌절됐으며, FA컵도 8강 문턱에서 탈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징계까지 받았다. '핵심 수비수' 조용형은 6개월, 로테이션 수비수 백동규는 3개월 자격정지를 받았다. 수비진이 완전히 무너지며 남은 시즌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ACL에서 우라와와 불거진 폭력사태로 이미지 마저 나빠졌다.

감당조차 힘든 삼중고에 제주의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 모두 망연자실이다. 조성환 감독은 '멘붕'에 빠졌고, 선수단도 의욕을 잃어버린 듯 하다. 제주를 잘 아는 관계자는 "활기찼던 훈련장 분위기가 최근 일련의 사태로 눈에 띄게 힘이 빠졌다"고 털어놨다. 사태 해결을 위해 분주한 프런트도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제주는 전신 유공 시절까지 포함하면 K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구단 중 하나다. 하지만 제주를 명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성적도, 투자도, 색깔도 특별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금이 그 기로다. 지난 몇년간 제주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박경훈 감독 시절 공격축구와 신선한 이벤트를 통해 괜찮은 색깔을 만들었고, 조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아 성적을 더했다. 올 시즌 적극적인 투자까지 이어지며 '강팀'이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조금씩'일 뿐이다. 제주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FA컵이 그랬다. 수원과의 16강에서 승리했더라면 ACL에서의 아픔을 씻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는 더 큰 나락에 빠졌다. 진짜 강팀은 위기 때 힘을 발휘한다. 단순히 전술, 선수 구성,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다. 누굴 탓 할 필요가 없다. 승리가 필요할 때 승리를 만들 수 있는 힘, '승리DNA'야 말로 강팀의 가장 큰 조건이다. 제주가 승리DNA를 새기기 위해서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 제주는 이제 걸음마를 뗐다.

지금 제주는 분명 위기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실망한 팬들에게 더 고개를 숙여야 한다. 징계에 대해서도 냉정히 대처해야 한다. 초반 쌓은 성적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오히려 지금 투자를 해야 한다. 선수단은 위기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땀을 흘려야 한다. 코칭스태프도 승리만을 바라봐야 한다.

지금의 아픔은 강팀이 되기 위한 성장통이다. 승리DNA가 새겨질때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시간 동안 지금 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성장통을 얼마나 잘 넘기느냐가 중요하다. 잘 아파야 더 건강해질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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