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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우리는 파괴한다."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제주도에서 재충전을 위한 전지훈련을 가진 수원. 때마침 제주와의 FA컵 16강전이 6월 6일로 변경되자 제주도에 캠프를 차렸다. 상반기 동안 험난한 일정을 거치느라 심신이 고단한 선수들의 기분 전환도 겸했다.
일단 효과는 만점이다. 6일 제주에서 가진 FA컵 16강전서 2대0 완승을 거두며 대회 2연패에 다가섰고 천혜의 자연환경, 고급 호텔에서 선수단 힐링도 충분히 했다.
다 좋았는데, 한 가지 풀리지 않은 숙제가 있다. 하반기 수원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 고민이기도 하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스리백 수비라인을 보면 여전히 답답하다.
이로 인해 현재 수원의 스리백은 매튜, 곽광선 구자룡 등 딱 3명만 남았다. 누구 하나 경고누적이나 부상을 하면 스리백 전술이 붕괴될 판이다.
이 때문에 서 감독은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비수를 최우선 수혈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하고 나섰다. 중국 광저우 부리 소속인 장현수에 대해 큰 호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리그의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 변경으로 인해 출전 기회가 줄어든 이는 장현수뿐 아니라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영권(광저우 헝다) 홍정호(장쑤 쑤닝) 등 대표급 수비수가 즐비하다.
서 감독은 "한국축구의 중요 자산들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수원)가 데려올 수 있고 선수 본인의 의지도 부합한다면 영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대표팀에 차출된 박주호(도르트문트)도 "K리그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적시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져 서 감독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이다. 서 감독 바람대로 걸출한 수비수를 영입하려면 양측 조건이 맞아야 하고 협상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몇년 새 스포츠단 투자를 줄이고 있는 모기업의 기조를 볼 때 원하는 선수를 데려올지도 미지수다. K리그가 재개될 날(18일)은 임박했는데 감 떨어지길 기다릴 수는 없다. 자칫 잘못하다가 스리백이 파괴될 판이다. 그래서 서 감독은 또다른 '파괴'를 선택했다. 포지션 파괴다. 미드필더 이종성과 최성근이 시험 대상이다. 이종성과 최성근은 올시즌 수원에서 공격에 무게 중심을 둔 플레이를 주로 펼쳤다.
현재 수원 형편에서는 이들이 수비라인의 구멍을 메워줄 적임자다. 이종성은 2015∼2016년 대구에 임대된 동안 오른쪽과 중앙 수비로 뛴 경험이 있다. 최성근은 수비형 미드필더여서 수비수로 전향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서 감독은 제주 전지훈련에서 이종성과 최성근의 수비 능력을 다시 깨우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6일 제주와의 FA컵 16강전에서도 수비수 이종성을 성공적으로 실전 테스트했다. 중앙 수비로 나섰던 곽광선이 후반 30분 부상으로 실려나가자 이종성을 중앙 수비로 끌어내려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서 감독은 "제주에 내려오기 이전부터 이종성을 수비 위치에 놓고 대비 훈련을 했는데 이종성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팀이 어려울 때 포지션 파괴로 잘 버텼다"는 서 감독. 재개될 K리그에서 어떤 상생효과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