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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파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상대의 '변칙'에 말렸다.
신 감독은 경기 전 두가지를 예고했다. 첫째는 로테이션이었다. 주축들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이승우 백승호를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그간 경기에 뛰지 않은 선수들을 투입했다. 한찬희 이정문 하승운 임민혁 등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두번째는 전술 변화였다. 신 감독은 경기 전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전술로 잉글랜드를 깨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깜짝 전술은 3-5-2였다. 3-5-2는 잉글랜드를 염두에 둔 맞춤형 전술이었다.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와 기니전에서 플랫 4-4-2를 구사했다. 잉글랜드의 투톱에 대응하기 위해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앞서 아르헨티나전 변형스리백이 포백에 기반을 둔 포어리베로 전형이었다면 이날은 이정문-이상민-정태욱, 세명의 센터백을 내세운 완벽한 스리백이었다. 3-5-2를 꺼낸 의도는 하나 더 있었다.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였다. 5명의 미드필더를 앞세워 상대 4명의 미드필드 보다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이었다. 조영욱과 하승운, 두 스피드를 겸비한 공격수를 앞세워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게 기본 포석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예상을 깨고 잉글랜드가 4-4-2가 아닌 4-2-3-1을 들고 나왔다. 도미닉 솔란케와 아담 암스트롱, 두 주전 스트라이커를 모두 제외했다. 대신 최전방에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서고 2선에는 키어런 도월, 에인슬리 메이틀런드, 아데몰라 루크먼이 포진했다.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도미닉 에자리아, 조쉬 오누마가 나섰다. 상대의 전형이 예상과 다르자 초반부터 고전했다. 공간마다 숫적 싸움에서 상대에 밀렸다. 특히 좌우 윙백이 파이브백으로 변하는 순간, 3명의 미드필더가 잉글랜드 5명의 미드필더를 상대해야 했다.
결국 신 감독이 변화를 택했다. 후반 12분 한찬희 하승운 대신 이진현 이승우를 투입했다.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26분 이승모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볼을 이상민이 혼전 중 밀어넣었지만 골라인 바로 앞에서 상대수비에 막힌 것이 아쉬웠다. 한국은 이후에도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골과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후반 34분 백승호까지 넣었다. 사실상 베스트 전력이 되자 한국의 공격은 비로서 위력을 더했다. 하지만 시간도, 약간의 운도 우리 편이 아니었다.
물론 전술 변화에도 전체적인 밸런스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조 1위였다. 지지만 않았으면 순탄한 길을 갈 수 있었기에 공을 들여 준비한 회심의 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쉽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