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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은 제주의 꿈이자 숙원이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당초 제주는 E조에 속했지만 전북이 심판매수로 ACL 출전권이 박탈당하며 H조로 자리를 옮겼다. 플레이오프부터 준비했던 제주 입장에서 스케줄부터 분석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첫 경기부터 꼬였다. 지난 2월 22일 홈에서 열린 장쑤 쑤닝(중국)과의 1차전에서 시종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패했다. 하지만 3.1절, 감바 오사카 원정경기에서 4대1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지난 3월 15일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와 아쉽게 3대3으로 비겼지만 험난한 호주 원정에서 승점 1점을 얻으며 순항했다.
일격도 당했다. 승리가 유력했던 지난달 11일 애들레이드와의 홈 경기에서 1대3으로 패하며 3위로 추락했다. 16강행에 먹구름이 끼었다.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야 했다. 하지만 제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장쑤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16강 자력 진출의 길을 열었다.
뚜껑이 열렸다.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 감바의 짧은 패싱게임에 주도권을 내줬다. 전반 4분에는 엔도의 슈팅을 백동규가 골문 앞에서 걷어낸데 이어 전반 14분에는 구라타의 헤딩골이 오프사이드로 무효가 됐다. 올 시즌 ACL 홈경기에서 모두 패한 제주 입장에서는 불안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16강을 향한 제주 선수들의 의지는 강했다. 평소 선수들에 믿고 맡기는 조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자 올 시즌 K리그 최강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제주의 공격력도 살아났다. 황일수 안현범 이창민, 마그노, 마르셀로가 맹공을 퍼부었다. 첫 골이 터졌다. 전반 28분 마르셀로의 크로스를 받은 정 운의 슈팅이 수비 맞고 굴절되며 감바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제주는 시종 감바를 흔들었다.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20분 '황볼트' 황일수가 원맨쇼를 펼쳤다. 황일수는 멋진 돌파에 이은 멋진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평소 동작이 크지 않은 조 감독도 펄쩍 뛰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후 상대의 공세가 강해졌다. 그럴수록 제주 선수들의 투지는 더 강해졌다. 누구랄 것도 없었다. 상대가 슈팅을 날릴 때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모조리 막아냈다. 제주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마침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제주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환호를 질렀다. 제주의 창단 첫 ACL 16강 진출 스토리는 그렇게 완성됐다.
한편, 수원은 아쉽게 16강행에 실패했다. 수원은 9일 중국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G조 최종전에서 2대2로 비겼다. 수원은 승점 9점(2승3무1패)를 따냈지만 나란히 승점 10점씩 획득한 광저우 헝다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에 밀려 3위로 고배를 마셨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전적(9일)
G조
수원 삼성(2승3무1패) 2-2 광저우 헝다(2승4무)
H조
제주 유나이티드(3승1무2패) 2-0 감바 오사카(1승1무4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