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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과 울산의 K리그 클래식 8라운드가 관심 매치로 급부상했다.
울산 김도훈 감독이 2015∼2016년 1년 8개월 동안 이끌었던 인천을 올시즌 처음으로 상대한다.
김 감독은 2015년 인천에서 사령탑에 데뷔해 강등 1순위로 평가받던 인천을 상위그룹 직전까지 올려놓으며 '늑대축구' 돌풍을 일으켰고 FA컵 준우승까지 일구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2년차였던 2016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8월 말 물러나야 했다.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기형 감독이 막판 반전을 일궈내며 인천을 잔류시켰다.
이기형 감독은 김 감독이 부임할 때 수석코치로 영입했던 후배였지만 김 감독이 인천을 떠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한때 절친했던 선-후배가 각자의 팀을 맡고 있는 '적'이 된 것.
김 감독 입장에서도 인천에서 웃으며 헤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친정팀이라고 달리 보일 여지가 없다. 오히려 결코 패하고 싶지 않은 팀 중에 하나가 인천이다.
하필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맞대결을 하게 됐다. 울산은 최근 2경기에서 무려 9실점-0득점을 하며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운좋게 기회를 잡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실패했다. 이제 리그와 FA컵에 집중해야 한다. 5월 중순 열리는 FA컵 16강전에 앞서 리그에서 전남전 0대5 대패의 후유증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
인천도 인정 사정 볼 것 없기는 마찬가지다. 올시즌 유일하게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최하위(3무4패)에서 허덕인다. FA컵에서도 탈락한 터라 리그말고는 기댈 곳이 없다.
'너를 밟아야 내가 산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묘한 인연이 얽혀 있는 두 팀이 외나무다리 혈투를 벌이게 됐다.
더구나 상황도 아이러니하다. 인천은 올시즌 현재 7경기 총 14실점으로 가장 많은 골을 내 준 팀이다. 김 감독이 '늑대축구'를 이식했던 2015년 인천은 38경기 32실점으로 12개 팀 가운데 최소 실점의 막강 방패를 자랑했다.
인천의 뒷문이 크게 약해졌다고 자신감을 가질 형편도 아니다. 울산의 올시즌 창끝이 너무 무디다. 지금까지 총 6득점으로 인천과 함께 최저 득점 공동 2위다. 실점 역시 전남에 대패하는 바람에 총 13실점으로 인천과 '도긴개긴'이 됐다.
예상했던 만큼 공격력이 살아나지 못한 울산과 이전처럼 막강한 수비력을 보이지 못하는 인천. 어설픈 '창'과 '방패'의 대결 중심에 감독 '김도훈'이 보태지면서 묘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둘 중 하나는 또 울어야 하는 인천-울산전. 그들 만의 '빅매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