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르포]평양은 이랬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4-12 19:49


평양=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금단의 땅, 평양의 겉모습은 화려했다. 평양 순안공항은 지난 2015년 신축해 김포공항을 연상케 했다. 세관에서 한국 기자단의 소지품을 모두 검사했지만, 처음 맞닥뜨린 북한 사람들은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생글생글 웃으며 친절하게 대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양각도 호텔로 가는 길은 마치 '쇼케이스' 같았다. 창안거리, 미래 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 북한이 자랑하는 화려한 거리를 두루 거치도록 동선이 짜졌다. 가는 길에 김일성, 김정일 초대형 동상이 설치된 만수대를 지나치기도 했다. 거리엔 상점이 즐비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젊은 여성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차려입고 있었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선수단과 기자단이 머문 양각도 호텔은 서울로 치면 한강 밤섬에 위치한 것과 같았다. 대동강 위 양각도에 설치된 47층짜리 호텔에는 볼링장, 이발소, 사우나를 비롯해 회전전망식당까지 없는 게 없었다.

하지만 기자단은 북한이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었다. 양각도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 조차 통제됐다. 기본적인 동선은 호텔과 경기가 열리는 김일성경기장 뿐이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지만, 중간에 하차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딱 한 차례 예외가 있었는데 김일성이 해방 후 평양에 들어왔을 때 연설을 했다는 곳에 세워진 개선문이었다. 그마저도 김일성경기장에서 채 100미터가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평양시민을 마주칠 일은 없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라는 단체에서 나온 인사들이 기자단을 사실상 1대1로 마크했다. 이들은 기자단이 서울로 송고하는 기사, 사진, 영상을 보기를 원했다. 특별히 문제를 삼거나 고치라고 한 적은 없었지만, 상부에 보고를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이 민감해했던 부분은 군인의 모습을 촬영할 때였다. 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촬영할 때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 김부자의 초상화를 촬영하자, 북한 측 인사는 "(초상이) 나무에 가리면 안 된다", "정면으로 찍어야 한다"는 등의 토를 달았다.

평양 거리는 선전문구로 가득차 있었다. 일심단결,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의 자랑스런 아들딸이 되자, 선군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 등의 문구였다. 버스에도 '조국이여, 병사들을 자랑하라' 등의 선전문구가 쓰여 있었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도 마찬가지였다. 평양 시민들과 기자단의 접촉을 원치 않은 북한 측은 한국 기자단을 옥류관 별관으로 안내했다. 따로 마련된 방 앞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1960년 5월 30일 현지지도하실 때 들리시였던 방'이라고 쓰인 팻말이 걸려 있었다. 방 안에 있는 피아노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배려하여 주신 선물설비(피아노)'라고 쓰인 액자가 올려져 있었다.

화려해보였던 평양은 저녁 시간이 되면 어둠으로 변했다. 새벽 4시 호텔 창밖을 바라보니 대동강변에 화려하게 세워진 고층 건물에는 불빛이 전혀 없었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 역시 단 한대도 없었다. 단지 멀리 보이는 주체사상탑과 건너편 김책공대의 한 건물에 걸린 김부자의 초상화에만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북한 측 인사들은 한국 기자단에게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물었다. 한 기자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지칭하며) 최근 우리 민족의 수치가 있었다. 기자 선생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월호와 탄기국은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었다. 또 한국 대선에 대해서도 관심이 컸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유력하다고 보느냐",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 많이 오르고 있다던데 사실이냐"라며 질문 공세를 펼쳤다.

기자단은 평양에서 6일 동안의 체류를 마치고 나올 때도 곤욕을 치렀다.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지만, 오전 11시 20분 출발예정이었던 평양발 선양(중국)행 비행기는 아무런 설명 없이 오후 4시 30분으로 연기돼 있었다. 이유를 물었지만, "사정이 있다"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평양에 도착한 오후 5시 30분이 되어서야 평양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고려항공 기내 모니터에는 공항에서와 마찬가지로 김부자를 찬양하는 공연 장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양=공동취재단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