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축구는 북한이 세계 무대서 인정 받는 몇 안되는 분야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랭킹에서도 당당히 톱10(10위·한국 1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북 여자 축구의 현실적 간격은 꽤 컸다. 1승2무14패라는 역대전적이 그 결과물이다. 2005년 8월 국내서 열린 동아시안컵 맞대결이 유일하게 거둔 북한전 승리다. 북한이 유치한 2018년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일정에 한국이 포함됐음에도 기꺼이 평양 원정을 '허락'한 이유는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다.
북한, 넘지 못할 산 아니다
지난달 까지만 해도 이민아의 평양행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새 시즌을 준비하다 부상하면서 몸 만들기에 차질이 빚어졌다. 다행히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제 컨디션을 찾았고, 윤덕여 여자 대표팀 감독의 부름에 응할 수 있었다.
이민아는 현대제철의 스페인 동계 전지훈련 기간 중 평양 원정 소식을 들었다. 한국 축구가 평양땅을 밟는 것은 1990년 남북 통일축구 이후 27년 만이다. "처음 북한전 소식을 들은 뒤 생각은 반반이었다. '정말 운이 안좋다'라는 생각과 '이번엔 무조건 이길 타이밍이 왔다'는 것이었다." 근심 속에 숨은 설렘의 배경엔 자신감이 있다. 이민아는 지난해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북한전에서 정설빈의 동점골을 도우면서 1대1 무승부를 이끈 바 있다. 1년 전 동아시안컵 완패(0대2)를 멋지게 설욕했다.
이민아는 "올림픽 예선이라는 큰 무대에서 도움을 기록했다. 정말 이길 수 있었던 승부였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누구 하나 딱 집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북한은 좋은 팀이다. 체력도 항상 우수했다"며 "체력 뿐만 아니라 조직력이나 전술적 준비를 더 잘해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제 얼짱 아닌 에이스로 불러주세요
2015년 동아시안컵은 이민아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팬들에게 각인시킨 무대다. 1m58의 작은 키와 곱상한 외모 뿐만 아니라 왕성한 활동량과 개인기로 시선을 끌었다. 그때만 해도 실력보다 외모에 초점이 맞춰진 관심이 컸다.
이민아는 이제 여자 대표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원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소속팀 현대제철서 쌓은 내공이 보약이 됐다. 최근에는 여자 대표팀 에이스인 지소연(26·첼시 레이디스) 못잖은 활약으로 박수를 받고 있다. 새롭게 후원계약까지 맺으며 든든한 지원군도 얻었다. 이민아는 "처음엔 '얼짱'이라는 수식어가 불편했다. 나 스스로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부담스러웠다"면서 "지금은 더 열심히 노력해 여자 축구를 알리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는 생각"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도 나는 배울 게 많은 선수"라며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생기는 이유다. 항상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만의 장점이 돋보일 수 있도록 보완해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평양 원정은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첫 무대다. 완연한 성장세 속에 '해외 진출'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이민아에게도 중요한 시험대다. "여전히 북한, 호주, 일본은 강하다. 하지만 한국 여자 축구와의 간격은 많이 줄었다. 이번 원정에선 오로지 승리한다는 생각 뿐이다."
여자 대표팀은 31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평양 원정 최종 담금질을 시작한다. 내달 2일 중국을 경유해 결전지인 평양에 입성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