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과 시리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하루 앞둔 27일. 한국 대표팀이 최종 훈련하는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근처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3시경 장맛비를 연상케 하는 굵은 빗줄기가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작금의 한국 축구 현실을 대변하는 듯한 풍경이었다.
마음이 급한 상황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한국은 지난해 9월 6일(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시리아와 조별예선 2차전을 펼쳤다. 그러나 한국의 공격은 날카롭지 못했고, 시리아의 그물은 촘촘했다. 결국 한국은 원정에서 0대0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시리아는 그물망 수비를 앞세워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우뚝 섰다. 한국은 물론이고 이란, 중국 등을 무득점으로 꽁꽁 묶었다. 23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6차전에서도 상대를 무득점으로 막아내며 1대0 승리를 챙겼다. 결국 한국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리아의 밀집 수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달렸다.
그는 "중국전과 비교해 우리가 문전에서 조금 더 날카롭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뒤에서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하는데 마무리 부분에서 문제가 보인다. 중국전에서도 우리의 전체 볼 점유율은 64%였다"며 "공격 전개과정에서는 어려움이 없지만 마무리에 있어서 보완을 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마무리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 전술에 대해서는 설기현 코치가 부분 전술을 많이 훈련하고 있다. 매 훈련 30분 이상 하고 있다"며 "상대 뒷공간이 열렸을 때 파고드는 것, 또는 측면을 벌려서 측면에서부터 크로스를 올리는 등의 훈련을 하고 있다. 부담감이 있는 경기에서 선수들이 본인 실력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리아전은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린 경기다. 슈틸리케 감독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종예선 시작, 시리아전 0대0 무승부 때부터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다. 아쉽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재 생각은 이 팀을 이끌고 최선을 다해 월드컵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만 한다"며 "잘 준비하겠다. 감독생활을 오래했기에 이런 경험도 많이 했다. 감독은 성적에 영향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굳은 표정으로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4시.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맑게 갰다. 매섭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쳤고, 구름 뒤로 눈부신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고개를 푹 숙인채 그라운드에 들어섰던 선수들 역시 스트레칭을 하며 조금씩 웃음을 찾았다. 한국 축구 역시 비 온 뒤 굳은 땅 위로 환하게 비추는 밝은 햇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격돌한다.
파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