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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성균관대 감독(38)이 A대표팀 코치로 선임됐다.
대표 주자는 황선홍(49) 홍명보(48) 최용수 감독(46)이다. 황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를 거쳐 FC서울 지휘봉을 잡고 있고, 홍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지휘한 뒤 중국 항저우 뤼청 사령탑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 감독은 FC서울을 최강팀으로 올린 지도력을 인정받아 중국 장쑤 쑤닝 사령탑으로 스카우트됐다.
이들과 함께 스타덤에 올랐던 김태영(47·수원 코치) 최진철(46·전 포항 감독) 이운재(44·수원 GK코치) 등 고참급 영웅들도 각급 대표팀 지도자를 거쳐 프로팀에 입성했다. 차두리(37)는 A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이을용(41)은 서울 2군코치로 변신했다.
이들 못지 않게 국민영웅으로 불렸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이가 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41)이다. 안정환과 축구의 연결고리는 MBC 해설위원과 FIFA 20세이하 월드컵 홍보대사 정도다. 요즘은 잘나가는 방송인에 가깝다. 공중파, 종편 방송의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축구 해설위원을 하면서 말솜씨를 검증받은 데다 타고난 외모 덕분에 방송가에선 귀하신 몸이 됐다. 고정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예능인으로만 남을 생각은 없다. "영원한 축구인이란 사실을 잊어 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2015년 무명 축구선수들의 도전기를 다룬 예능프로그램 '청춘FC'에서 감독을 맡는 등 축구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에게 지도자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역 시절 마지막을 중국 다롄 스더(2009∼2011년)에서 보낼 때 구단주로부터 "다롄에서 은퇴하고 끝까지 남아주면 감독직을 보장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파격적인 제안에 잠깐 고민했던 안정환은 "고맙지만 기회가 생긴 다면 한국축구를 위해 봉사하는 게 우선"이라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K리그 구단 등으로부터도 지도자 제의가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가장 최근에는 작년 11월 20세이하 월드컵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안정환에게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환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감독직을 고사했던 이유에 대해 "나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의리를 중시하는 안정환의 성격상 축구 선배들의 자리를 막는 것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축구인 안정환의 진짜 소망은 유소년 아카데미를 만들어 자신처럼 어려운 소년기를 보낸 꿈나무를 돕는 것이다. 부산 아이파크 시절(2008년) 해운대 일대에 부지까지 물색해놓고 추진하려다가 행정 절차가 미뤄지는 사이 팀을 떠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다.
'방송인' 안정환은 다른 한-일월드컵 영웅들처럼 언젠가 축구계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아직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