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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지 못하는 캡틴' 오반석 의 한숨, "답답하고 미안하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6-09-30 14:08


제주의 주장 오반석은 2016년 대부분의 시간을 부상과 싸우고 있다. 오반석이 경기 중 킥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정말 안 풀린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11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질일 때 승리를 맛볼 수 있다. 선수단은 감독이 이끈다. 그러나 사령탑과 선수들 사이에 거리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좋은 팀은 이 간극이 좁다.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바로 주장의 임무다.

주장은 팀원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다. 실력은 물론 리더십과 인성까지 뛰어나야 한다. 때문에 주장 완장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단 한 명의 팔에 채워진다. 제주의 캡틴은 오반석(28)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주장 완장을 찼다. 이견이 없었다. 오반석은 2012년 제주에서 프로 데뷔를 한 이후 줄곧 제주의 최후방을 지켰다. '제주의 수호신.' 오반석의 수식어다.

오반석은 입단 첫 해 리그 25경기에 출전한 후 매 시즌 30경기 이상 출전했다. 오반석이 없는 제주 수비라인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올 시즌 상황이 달라졌다. 오반석은 10경기 출전에 불과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줄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나한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나 싶다."

오반석은 지난 겨울 스포츠탈장 수술을 해 동계훈련을 통으로 날렸다. 4월 30일 포항전을 통해 복귀했다. 그러나 불청객이 다시 찾아왔다. 6월 15일 상주전을 앞두고 왼쪽 내측인대가 손상됐다.

꿋꿋이 이겨냈다. 오반석은 7월 20일 성남전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제 경기장을 누빌 시간만 남았을 줄 알았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지난달 1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오반석이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를 뛰는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오반석은 후반 26분 그라운드를 떠났다.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당시 오반석은 "탈장 수술하고 인대 부상도 나으니 허리가 탈이 났다"고 했다.

K리그도 어느 덧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오반석은 "액땜을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좋은 일이 계속 이어진다"며 애써 웃은 뒤 "주장으로서 팀에 힘도 주지 못한 채 한 시즌이 지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정말 답답하고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이 정말 하나돼서 최선을 다 해 뛰고 있다. 최근에는 무실점 경기도 많아졌다. 지난해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면서도 "내가 없는데 무실점 경기 나오니 이젠 내가 필요 없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뛰는 시간보다 부상과 싸운 시간이 더 길었던 오반석의 2016년. 하지만 오반석은 그 사이 한층 성숙해졌다. 오반석은 "막상 못 뛰면서 밖에서 경기를 보니까 다른 부분들도 눈에 들어왔다. 출전을 하지 못해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고 했다.

오반석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제주는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32라운드 상주전을 5대1 승리로 장식하며 상위 스플릿을 확정했다. 오반석은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도 잘 해줘서 고맙다"며 "나도 빨리 복귀해서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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