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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대기만성' 장혜진-'오뚝이' 기보배-'천재' 최미선까지 '사연 많은' 세자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8-08 20:12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예선전부터 1~3위를 차지하며 금메달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실제 압도적 기량으로 여자 양궁 단체전 8회 연속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화려한 슛 솜씨만큼이나 화려한 양궁 인생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들이지만 그동안 걸어온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맏언니' 장혜진(29·LH)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후배' 최미선 기보배가 어린시절부터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단 한번도 받지 못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 정도로 최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에게 올림픽은 악연이었다. 3명까지 주어진 2012년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했다. 말그대로 한끗차였다. 하지만 시련은 그를 더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4년만에 돌아온 올림픽 선발전. 그는 또 다시 선발과 탈락의 경계에 섰다. 강채영과 피말리는 접전 끝 마지막 주어진 티켓을 따냈다. 강채영과의 점수차는 단 1점이었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지난 해 9월 리우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 후보 선수로 참가한 장혜진은 도둑훈련을 하며 "여기서 반드시 활을 쏘겠다"는 독기를 품었다. 그리고 그 독기는 금메달이라는 보상으로 찾아왔다.

'둘째' 기보배(28·광주시청)는 '오뚝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 그의 양궁인생은 롤러코스터다. 2012년 런던올림픽 2관왕으로 스타덤에 오른 기보배는 다음해 세계선수권에서도 2관왕에 올랐다.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의 충격을 맛봤다. 그는 사대가 아닌 중계석에 앉았다. 동료들이 금메달을 따고 웃는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뻐했지만 속으로 칼을 갈았다. 절치부심한 기보배는 2015년 당당히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돌아온 기보배는 한뼘은 커졌다. 집중력은 강해졌고, 여유는 늘었다.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의 버팀목이 됐다. 태극마크의 소중함을 알기에 더 많은 땀방울을 흘렸고, 그토록 원했던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번 단체전 금은 사상 첫 2연속 2관왕의 출발점이다.

'막내' 최미선(20·광주여대)은 '노력하는 천재'다. 고등학교 때부터 '초고교급' 선수로 불렸고 대학생이 된 후 성인무대에서도 거침 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하지만 양궁 신동을 향한 주위의 기대는 되려 부담이 됐다. 지난해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쓴 맛을 봤다. 최미선의 진짜 저력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에 있었다. 시련 이후 냉정하게 스스로를 객관화했다. 가냘픈 체구를 보완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 보강에 열을 쏟았다. 약점을 보완한 최미선은 '무결점 선수'로 거듭났다. 올림픽 전까지 각종 대회를 싹쓸이 하며 '차세대 신궁'으로 입지를 확실히 했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최미선 시대'의 꽃을 피웠다.

각기 다른 사연 속 그녀들은 저마다 눈물을 훔쳤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4년 간 흘린 땀방울, 그만큼의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는 그녀들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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