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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생의 '금간 우정!' 그리고 서정원-김학범의 비수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3-07 17:49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가 7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12개 구단 감독들이 우승트로피에 손을 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시즌 K리그는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과 서울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8개월 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3.07/



"조성환 감독은 소주 약속 어겼지만 나는 사겠다."(김도훈 인천 감독)

"난 비밀이 없다. 상주와 수원FC를 우리 밑으로."(남기일 광주 감독)

2016년 시즌 K리그가 감독들의 입에서 벌써 후끈 달아올랐다.

7일 서울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펼쳐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는 클래식 12개 감독들의 입심 대결장이었다.

이들 감독은 올 시즌 전망과 각오 등을 밝히면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상대팀 감독들을 겨냥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겉으로 온화한 듯 뼈있는 한 마디로 '언중유골'을 구사하는가 하면 상대의 발언을 맞받아치는 '즉각대응'도 등장해 새 시즌을 기다리는 축구팬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이날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른바 '70년생 절친의 흔들린 우정'이었다. 1970년생 절친 김도훈(인천) 조성환(제주) 노상래(전남) 감독은 지난해 나란히 새내기 사령탑으로 부임해 화제를 모았다. 제주 조 감독만 상위스플릿에 성공했고, 나머지 두 감독은 하위스플릿에 만족했다. 시즌 각오를 밝히는 과정에서는 조 감독이 먼저 도발했다. 김 감독이 "올해 인천은 5초 이내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압박축구을 선보일 것"이라고 하자 조 감독이 가만 듣고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조 감독은 "인천이 5초 이내 축구? 그게 혼자 생각으로 안될 것이다. 우리도 준비했다. '5'초에 '0'이 하나 빠진 것 같다"며 김 감독을 자극했다.

'이 팀 만큼은 순위표에서 우리 팀 밑에 두고 싶다면?'을 묻는 질문에서는 김 감독이 물러서지 않았다. 조 감독은 친구 김도훈 노상래의 이름을 거명하며 전남과 인천을 주저하지 않고 꼽았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김 감독이 응수했다. "제주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을 목표로 말했다. 그럼 제주만 (우리 밑으로)내리면 인천도 ACL 진출이 가능하지 않겠나." 제주의 ACL 진출에 재를 뿌리는 대신 지난해 스플릿 경쟁 막판 제주에 빼앗긴 상위스플릿도 가져오겠다는 노림수다.

그 사이 노상래 감독은 "성남보다 나은 순위를 하고 싶다"며 '친구 싸움'을 슬쩍 비켜나갔다. 하지만 김 감독의 익살스런 '조성환 공격'은 이전부터 날을 세우고 있었다. 공식행사 이전에 열린 자유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지난해 조 감독이 상위스플릿에 진출하고 난 뒤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며 소주 한 잔 사겠다고 했는데 결국 사지 않더라. 올해는 내가 개막전에서 승리하면 반드시 술 한 잔 사겠다"며 개막전 필승의지를 대신했다. 오는 13일 제주에서 시즌 개막전 상대로 만나는 두 '친구'의 유쾌한 설전이었다.


수도권의 양대 터줏대감 수원과 성남도 개막전 대결을 두고 그들 만의 '입축구'로 맞섰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수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이고 상당히 끈적한 팀이다. 개막전 상대로 고약한 팀을 만났다"며 수원을 추어올리는 듯 하더니 "사실 우리가 수원에 강하다. 성남 선수들은 수원만 만나면 잘 한다는 확신이 있다. 우리가 이긴다"고 했다.

수원 서 감독도 가만 듣고 있을 리 없었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서 감독은 "어느 감독이 첫 경기 패하는 걸 좋아하겠나. 긴 말 필요없고 우리는 작년처럼만 하겠다. 지난해 성남과의 첫 경기에서 3대1로 이겼다. 올해도 이어갈 것"이라고 되받았다. 특히 서 감독은 "영원한 라이벌인 FC서울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팀보다 아래 순위에 두고 싶다"며 최용수 감독의 라이벌 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70년생 못지 않게 선수 시절부터 절친 선후배인 조진호 상주 감독(45)과 남기일 광주 감독(42)도 '옛정'을 살짝 내려놨다. 조진호 감독이 '선수비'였다면 남기일 감독은 '역습'이었다. 조 감독은 순위표 아래에 두고 싶은 팀에 대해 "비밀이다.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지만 두 팀만 잡겠다"고 말했다. 클래식에 잔류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인데 그 두 팀은 상주와 수원FC를 염두에 둔 듯했다.

그러자 후배인 남 감독은 결연한 표정으로 "나는 비밀이 아니다. 상주하고 수원FC다"라고 잘라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이날 클래식 행사에 처음 참석한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클래식으로 승격한 것이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시종일관 몸을 낮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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