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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팀인 크리스탈 팰리스 팬들 입장에서는 분명 기분 나쁜 패배였다. 상대인 리버풀은 한 명이 퇴장한 상태였다. 후반 27분까지 이기고 있었다. 골키퍼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동점골을 헌납했다. 경기 종료 직전 석연찮은 페널티킥이 나왔다. 결국 크리스탈 팰리스는 리버풀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홈경기에서 1대2로 졌다.
의아했다. 리버풀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팀을 패배로 몰아넣은 원흉이다. 그럼에도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자리에 있던 팬에게 물었다. "상대팀이기는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스타들이다"면서 "1년에 한 번 이들이 원정 올 때만 실물을 볼 수 있다. 둘도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해가 됐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EPL내에서 중소팀이다. 물론 팀 내에 마일 예디낙이나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야닉 볼라시나 윌프레드 자하 등 스타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이날 원정 온 리버풀을 비롯해 맨시티, 첼시, 맨유 등 빅클럽 소속 선수들에 비하면 다소 이름값이 떨어진다. 크리스탈 팰리스 팬들로서는 이런 날이 1년에 한두번 있을까말까한 빅스타들 직관(직접 관전의 줄임말) 기회다. 때문에 유니폼이나 사인지를 들고 목이 터져라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렇다면 정작 그 시간 승리한 리버풀 팬들은 어디 있었을까. 그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비웠다. 홈팬들과의 충돌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노우드정션역 앞 펍을 점령해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리버풀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이들앞을 지나갔다. 펍에 있던 리버풀 팬들은 일제히 달려나왔다. 지나가는 버스를 향해 손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런던=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bbadag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