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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왼쪽 사이드백의 전설로 기억되고 싶다."
"왼쪽 사이드백의 전설이 되겠다"
2002년 울산에서 데뷔해 7시즌을 쭉 뛰었다. 원클럽맨을 꿈꿨던 그는 2010~2012시즌 3년간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 수석코치 출신 안익수 감독의 러브콜로 2013년 성남행을 택했고, 2014년 하석주 전 전남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고향' 전남 유니폼을 입었다. 전남에서 어느새 세번째 시즌을 맞게 됐다.
'지분론'은 인상적이었다. "언제나'왼쪽은 내 땅, 내 지분'이라는 생각으로 나선다"고 했다. "매시즌이 경쟁이고 무조건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 땅은 내 땅이다. 하루 정도 '렌트'해줄 수 있지만, 이 땅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뛴다.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 대체불가능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축구를 그만두는 시점이 언제일진 몰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내 땅을 절대 내놓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웃었다. "K리그 왼쪽 사이드백에서 하나의 역사가 되는 것, 은퇴할 때 왼쪽에서만큼은 최고였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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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 고참으로 사는 법"
전남에는 30대 고참들만의 특별한 모임이 있다. 현영민, 최효진, 김민식, 정석민 등이 주요 멤버, 1987년생 김평래, 전우영이 '막내'다. 몸 보신을 위해 백숙, 장어 맛집을 찾기도 하고, 운동장 안팎에서 수시로 소통한다. 현영민은 "고참들이 팀 분위기를 잘 잡아야 한다. 우리끼리 친해지면 팀 분위기도 좋아진다. 대화를 통해 팀의 문제도 풀어나간다"고 했다. 사람좋은 현영민은 어딜 가든 '회장 겸 총무'다. 서울 시절 박용호 최효진 하대성 김진규 등과 함께하던 고참 모임은 지금도 계속된다.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의 모임도 꾸준하다.
전훈 현장에서도 수시로 유쾌한 미팅이 이어진다. 호텔 1층 카페는 토론의 장이다. 선후배의 축구 토론은 연애 상담에 이어 재테크 상담으로 넘어간다. 고참들의 스스럼없는 분위기는 후배들에게도 전염된다. "후배들이 눈치 보고 말 못하면 안된다.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게 한다." 행여 겉도는 동료들이 있으면 적극 개입한다. "좋지 않은 마음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돌아올 수 있게 관심을 갖고 함께한다. 긍정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려 한다"고 했다. 새 외국인선수 유고비치도 친한 동료를 묻는 질문에 "영민, 효진, 민식" 등 고참들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2016년 K리그, 고참의 입지는 눈에 띄게 줄었다. 23세 이하 선수들의 엔트리 의무조항이 강화됐고, 각팀은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현명한 선배' 현영민은 K리그 고참 선수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실력 있는 고참들이 팀을 못 구한 경우를 많이 본다. 올시즌 많은 팀들이 스쿼드를 줄이고, 즉시 전력감으로 최정예만 뽑다보니 설자리가 좁아졌다. 어린 후배들도 갈 곳이 없는 현실이다. 축구를 하고 싶다면 어디서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구단과의 관계, 연봉 눈높이 등에서 현명한 처신을 강조했다. 현영민 또한 전남과의 재계약에서 돈보다 축구를 택했다. "돈을 좇으면 답이 안나온다. 노력한 만큼 주지 않을 경우 구단과 갈등도 생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뛰는 것'이다. 현실은 냉정하다. 프로 세계에서 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했다. "선수는 증명해야 한다. 구단이 거부할 수 없는 뚜렷한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팀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현영민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23세 이하 선수들의 성장과 기회를 당연히 찬성한다"면서도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33세 이상 선수도 한 명쯤 넣어주면 안될까. 고참선수 1명도 의무로 뛰게 해주면 좋겠다. 노련한 베테랑의 경험은 리그에 반드시 필요하다. 신인들은 선배를 보고 성장한다. 신구조화, 다양성도 꾀할 수도 있다. 고참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제도화됐으면 좋겠다."
방콕=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