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프로배구 남자부 외인 트라이아웃 시행, 다시 생각해보자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12-16 18:35



프로배구는 지난 시즌부터 과거 아마 시절 폭발적인 인기 수준을 회복했다. 그야말로 동계스포츠의 진정한 꽃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올 시즌 V리그는 반환점을 돈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질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올스타전이 기점이다. 유래없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OK저축은행이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 현대캐피탈, 3위 대한항공, 4위 삼성화재의 추격이 거세다. 방심하면 한 순간에 미끄러진다.

이렇게 프로배구가 인기를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보유한 외국인선수들 영입이다. 세계 3대 센터 중 한 명인 시몬(OK저축은행), 독일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 그로저(삼성화재), '배구 강국' 쿠바를 이끌었던 오레올(현대캐피탈) 등이 월드클래스급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축구로 따지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같은 선수들이 국내에서 뛰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내년 시즌부터 더 이상 시몬, 그로저, 오레올과 같은 선수들을 볼 수 없게 됐다. V리그 남자부도 여자부와 같이 트라이아웃 제도로 외국인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각 구단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에선 시기를 조금 늦추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각 구단 단장 등 수뇌부로 구성된 이사회가 빠르게 밀어붙였다.

자유 선발과 트라이아웃 제도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또 미국 국적의 선수로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여자부와 달리 남자부는 전세계 선수를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이 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자신을 영입해달라고 트라이아웃에 신청할 세계적인 선수들은 찾기 힘들 전망이다.

자유 선발제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선수 선발 자금이다. 상한선인 28만달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적게는 50만~60만달러에서, 많게는 100만~110만달러까지 주고 데려온다.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오는데 28만달러만 썼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구단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트라이아웃 제도를 시행하자는데 합의하면서 샐러리캡을 30만달러까지 올려놓았다. 그래도 뒷돈은 생기기 마련이다.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배구 에이전트들의 말만 믿고 트라이아웃을 진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뻔히 결과가 보인다. 올 시즌 처음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한 여자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랠리가 많이 이어지면서 재미있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배구인들은 경기의 질이 뚝 떨어졌다며 한탄한다.


트라이아웃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체 선수 발탁 부분이다. 한국배구연맹은 트라이아웃 1차 접수를 50명만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50명 중에서도 7개 구단이 지명한 7명과 나머지 43명의 기량차가 너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해 대체하려고 해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뽑아야 하는 것은 시즌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올 시즌 산체스의 부상으로 추락하던 대한항공이 러시아 출신 모로즈를 데려와 부활의 날개를 피고 있다. 내년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연맹이 추진한 트라이아웃의 취지는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유소년 투자다. 외국인선수에게 투자하는 부분을 줄여 유소년 시스템 구축에 재투자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유소년 사업도 연맹이 그림을 짜줘야 한다.

유소년에 관심을 두는 구단은 현대캐피탈이 유일하다. 또 올 시즌만 봐도 남자부에선 팀별로 컬러가 생겼다. 외국인선수들에게 공격을 의존하는 트렌드가 사라졌다. 소위 말하는 몰빵배구가 없어졌다. 국내 선수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 배구계의 중론이다.

이미 시행하기로 한 제도는 바꾸기 어렵다. 그러나 인기 추락은 불보듯 뻔하다. 이 인기를 몇 시즌간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을 두고 시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렵게 쌓은 프로배구의 인기가 하루 아침에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