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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유럽축구도 이제 '차이나 머니' 시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12-06 20:21


사진캡처=맨시티 공식웨이보

이제 유럽 축구는 '차이나 머니'의 시대에 접어든 것인가.

영국 언론은 2일(이하 한국시각) 일제히 '중국 자본이 맨시티의 지분 13%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하게는 맨시티가 아닌 '시티풋볼그룹(CFG)'의 지분이다. CFG는 맨시티, 뉴욕시티, 멜버른시티 등을 보유한 모기업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가 2008년 인수했으며 현재 기업 가치는 30억 달러(약 3조47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과 시틱캐피탈(CITIC) 등 컨소시엄으로 이루어진 중국 투자자본은 4억달러(약 4632억원)에 CFG 지분 13%를 인수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맨시티의 연습 구장을 찾은지 한달 만에 나온 소식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시 주석은 10월 중국 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 주석은 바쁜 일정 사이에서도 맨시티를 방문하는데 시간을 할애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함께 맨시티 훈련장을 찾은 시 주석은 맨시티의 에이스 세르히오 아게로와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로 인해 중국 언론으로부터 축구 종주국인 영국과 '축구 굴기'를 추진 중인 중국이 축구발전을 위한 협력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인수는 그 결과물로 해석된다. 리루이강 CMC 회장은 "CMC와 컨소시엄 파트너인 CITIC는 이번 투자로 글로벌 축구산업 발전을 위한 플랫폼을 확보하고 중국이 세계 축구계에 공헌할 수 있는 무대를 얻게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중국 당국 지원 등으로 중국 스포츠 산업, 특히 축구경제의 잠재력은 크고 전망이 밝다. 관련 산업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접어들어 유럽축구에는 거대 자본이 유입됐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를 위시로 한 '러시아 머니'에 이어 UAE, 카타르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한 '오일 머니'가 유럽 축구를 강타했다. 해당 자본이 유입된 첼시, 파리생제르맹, 맨시티 등은 단번에 유럽 최고의 구단 반열에 올랐다. '돈으로 트로피를 살 수 없다'는 이제 옛말이 됐다. 이제는 '차이나 머니'의 시대다. 중국 축구의 변화는 시 주석 부임과 함께 시작됐다. 축구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시 주석은 올 2월 '중국 축구개혁 종합방안'을 통과시키고 3월 '중국 축구개혁 방안 50개조'를 발표했다. 4월에는 중국 축구개혁을 이끌 '중국 축구개혁 영도소조'를 설립하는 등 '축구굴기'를 추진 중이다. 이에 발맞춰 중국 슈퍼리그도 엄청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 감독, 스벤 요란 에릭손 전 잉글랜드 감독 등 명장과 호비뉴, 파울리뉴, 뎀바 바 등 슈퍼스타들이 중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제 '차이나 머니'는 해외 유명 축구 클럽으로 시선을 돌리는 분위기다. 올해 초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그룹인 다롄완다가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4500만 유로(약 553억5000만원)에 사들여 대주주가 됐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스포츠마케팅 기업 허리완성은 1월 네덜란드 프로축구구단 ADO 덴 하그 지분 98%를 인수했다. 9월에는 중국화신 에너지(CEFC)가 오랜 전통의 체코 축구구단 슬라비아 프라하의 대주주로 등극했다. 11월에는 중국 완구업체 라스타그룹의 홍콩 자회사가 최대 1776만 유로(약 220억원)에 스페인 축구팀 에스파뇰 지분 최대 56% 확보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공룡 화웨이는 AC밀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스널 등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있다. 맨시티 자본 인수도 이 같은 흐름과 연결된다.

맨시티와 중국 자본의 만남은 서로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관계다. CFG 대변인은 "우리가 먼저 투자자를 찾아 나서지 않았다. 상대가 먼저 우리를 찾아왔다. 이야기를 듣고 전략적인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일부 맨시티 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발을 빼기 위한 수순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선을 확실히 그엇다. 오히려 이번 매각으로 인해 더 큰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실제로 맨시티 지분 매각이 발표된 당일, 영국의 데일리미러는 맨시티가 이번 투자로 얻은 성과로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영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고의 구단을 꿈꾸는 맨시티는 중국이라는 가장 확실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CFG 대변인은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대단하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상상불가의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베이징시티, 상하이시티의 탄생도 멀지 않아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도 축구 종가의 심장부에 진입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중국이 자국 선수를 해외에 진출시키고, 해당 구단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육성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과연 차이나 머니는 축구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까. 가까이에 위치한 한국축구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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