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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황선홍!'
최후의 상대인 최용수 서울 감독은 "말이 필요없다. 황 감독님은 K리그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존경받을 지도자상이었다"며 "재충전의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돌아갈 줄 아는 것 같다. 정상에 올라 능선을 타는 것 같다. 더 무섭게 변해서 나타날 것 같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황 감독은 고별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울을 2대1로 꺾었다. 2위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3위를 차지하며 내년 시즌 0.5장의 ACL 티켓을 팀에 선물했다. 경기 후 황 감독을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 선수단, 팬과 함께 석별을 정을 나누는 자리였다. 경기장 대형 스크린에는 황 감독이 포항에서 걸어온 길이 상영됐다. 그러자 황 감독도 5년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듯 했다. 결국 그는 눈물을 훔쳤다. 포항에서의 '황선홍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황 감독은 눈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툭하면 울어가지고…"라며 쑥스럽게 웃은 후 "울지 않고 쿨하게 받아들이려고 했다.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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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은 "2013년 마지막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반면 최근 3경기가 가장 힘들었다. 여러 부분에서 마음고생을 했다. 그래도 마무리가 잘돼 다행이다.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황 감독이 말한 2013년 마지막 경기는 울산과의 최종전이었다. 기적같은 김원일의 버저비터 골(1대0 승)을 앞세워 거짓말갈은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황 감독은 기억에 남는 선수로 고무열을 꼽았다. 그는 "모든 선수가 다 기억에 남지만 아무래도 공격 선수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역시 성공을 못 시키고 떠나지만 고무열이 머리에 많이 남는다. 물론 고무열은 앞으로 포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당분간 한국을 떠나 있을 생각이다. 조용한 데 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라는 황 감독은 '언제 다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모르겠다. 아직은 결정된게 없다. 언제 돌아올 지도 기약할 수 없다. 지금으로선 약속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여러 방향의 길은 열어놓았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진출에 대해 "전혀 나쁘다고 생각 안한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를 경험해야 한다. 그것들이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포항은 내년 시즌 최진철 감독의 시대가 열린다. 황 감독은 "최진철 감독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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